[신정일의 시선] 2500년 전 헤로도투스에게 배우는 지혜
인간의 운명은 수레바퀴와 같은 것이어서 돌고 도는 것인가?
요즘 정치판이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옛 사람들의 말이나 글이 어찌 그리도 오늘날의 상황과 흡사한지, “나하고 생각이 같으면 군자君子고, 나하고 생각이 다르면 소인小人이다”. 그래서 다 내 생각만 옳고 남의 생각은 그르다는 것이 세파世波라고 하기엔 너무 삭막하기만 하다.
국민을 위한다는 명제 하에 스스로의 이익과 계파의 이익에 충실한 것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고 치지만, 그것을 매일 접하는 것이 어떤 땐 민망해서 그것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역겨울 때가 많다. 그러한 일이 어디 오늘날만의 일일까? 옛 사람의 글에도 그와 비슷한 글이 많이 실려 있다.
“우리는 거짓말을 할 때나 진실을 말할 때나 언제나 자신의 이익이라는 똑같은 목표를 지향하오. 즉 인간은 거짓으로 상대방을 납득시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거짓을 말하고,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진실에 의해서 이득을 얻을 수 있고, 그 정직함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인물로 인식시킬 수 있으면, 진실을 말하는 것이오. 동일한 목표에 방법만 두 가지로 다를 뿐이오. 아무 이득도 없다면 항상 정직한 자도 거짓말을 할 것이며, 거짓말쟁이도 진실을 말할 것이오.”
기원전 5세기를 살면서 역사를 저술해서 역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헤로도토스가 지은 <역사> 제 2권에 실린 글이다.
정직도 자기가 설정한 한도 내에서 정직이지, 세상의 잣대로 보아서 정직한 것은 아니고, 그 정직이라는 것조차도 자꾸 변하고 변하는 것이라서 정직한지, 아닌지를 분별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그 순간만 사람을 속이거나, 모면하면 아무도 모르고 지나갈 것 같지만, 세상이 어디 그렇게 단순한가?
정직은 공인이나 사회지도층이 어느 시대나 지켜야 할 가장 큰 덕목이다. 그런데 본인이나 단체의 이익만을 위해서 헌신짝처럼 던지고 살다가 자기가 쳐 놓은 올가미에 걸리는 것이 다반사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운명은 수레바퀴와 같은 것이어서 돌고 돌아서 같은 자에게 계속해서 행운을 베풀지는 않는다.” 다시 헤로도토스의 말이다.
살아갈수록 옛 사람들에게 배우는 것이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