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구약시대 이혼 증서를 작성한 두 가지 이유
마가복음 10장
“이르되 모세는 이혼 증서를 써주어 버리기를 허락하였나이다”(막 10:4)
신명기 24장에 의하면, 이혼 증서를 작성함으로써 하나님 앞에서 정식 이혼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경우, 율법의 초점은 ‘이혼’이 아니라 ‘이혼 증서’에 있습니다. 당시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로 마련된 것이 ‘이혼 증서’였습니다.
이혼 증서는 다음 두 가지 이유로 여성을 보호하는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 이혼 증서는 단순한 구두 선언으로 이혼이 성립되는 것을 막고, 공식적인 문서를 요구함으로써 남성들이 충동적으로 아내를 버리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남성이 마음대로 아내를 버리거나 내쫓는 상황을 최소화하고, 그 행위를 더 신중하게 고려하도록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둘째, 재혼의 권리 보장입니다. 이혼 증서를 받은 여성은 이후에 다른 남성과 재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습니다. 이혼이 공식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증거가 남음으로써 여성이 부당하게 간음으로 몰리는 상황을 방지하고, 다시 사회 속에서 살아갈 기회를 보장했습니다.
‘이혼 증서 작성 제도’는 이혼을 장려하는 제도라기보다 이혼을 재고하게 만드는 제도라고 보는 것이 본래의 취지에 적합한 해석입니다. 그러나 제도와 시스템은 언제나 악용되고 남용되지 않습니까?
예나 지금이나 어떤 정신이 법제화되는 순간, 사람들은 그것을 자기 유리한 대로 이용하는 천재성을 보입니다. 인간은 본래의 취지에 따르기보다 자기 욕망에 따라 법과 제도를 이용하고 싶은 유혹을 늘 마주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너희 마음이 완악함으로 말미암아 이 명령을 기록하였거니와”(막 10:5)
제도와 시스템은 본질을 지키는 하한선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최악을 방지하는 용도이지, 최선을 추구하는 데는 턱없이 모자란 것이 제도와 시스템입니다.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낫지 못하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마 5:20)고 말씀하신 이유이며, 율법으로 구원이 불가능한 이유입니다.
법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의’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더 나은 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시기 위해 예수님은 율법의 완성이 되셨습니다. 그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더 나은 의’에 대한 갈망입니다.
법과 제도를 어떻게든 자기 유리한 대로 이용하려는 경향이 짙어지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법대로 하고 규정대로 했는데도 사회가 망가지는 현실을 마주할 때도 있습니다. 이 시대 성도와 교회가 드러내야 할 ‘더 나은 의’는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