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치곡(致曲)’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其次致曲, 曲能有誠; 誠則形, 形則著, 著則明, 明則動, 動則變, 變則化; 唯天下至誠?能化)
<중용> 23장에 나온 글이다. 치곡(致曲)은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것을 말한다. 사소한 발성 하나라도 정성을 다하면 성음이 알차진다. 알찬 성음은 소리가 찰져서 신명(神明)이 난다. 한국음악에서 성음(聲音)이란 천지인문(天地人文)의 이치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만물의 성색정경(聲色情境)을 말한다. 그런 성음을 알아챈 이들의 소리에는 신명이 꿈틀거린다.
소리가 신명나면 듣는 사람을 감동시킨다. 예술로 인해서 감동을 받으면 사람들의 정서는 순연해지고 자연으로 귀의하고져 하는 마음이 대번에 일어난다. 이것이 예술이 세상을 생육하고 밝게 하는 문이명도(文而明道)의 예술정신이다. 여기서 문(文)이란 비단 문학뿐만 아니라 그림 서예 음악 무용 연극 영화 등 모든 예술을 포함하는 문(文)이다. 문(文)이란 철인과 예인들이 천지인문(天地人文)의 신묘함을 훔쳐다가 간곡하게 새겨 놓은 각고의 흔적이다.
연암 박지원 선생도 문장 정신은 치곡견색(致曲見?)이라고 했다. 견색(見?)의 색(?)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에 불과한 얕은 지식이 아니라, 사물에 대하여 스스로 정성스럽게 궁구하고 체험하여 자신의 영육으로 야무지게 새김질하여 격물치지한 색(?)을 말한다.
뜻을 이루고자 하면 ‘오직 지극히 정성을 다해야만이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唯天下至誠?能化)는 말을 새겨야한다. <중용>에서 말한 대로 쉼없이 행하는 불식(不息)과, 사소한 일 하나에도 정성을 들이는 치곡(致曲)과, 남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늘 홀로 닦아가는 독선(獨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