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 비빔밥’, 세계최고 기내식 선정 25년만에 구글 ‘2023 검색어’ 1위

대한항공 기내식 비빔밥

창립 25주년을 맞은 구글(Google)이 지난 12월 11일 ‘올해의 검색어’를 발표했다. 올해 전 세계인들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레시피(recipe, 음식 조리법)는 우리나라 ‘비빔밥(Bibimbap)’이었다. 이는 한식(韓食)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증명한 것이다. 비빔밥의 뒤를 이어 스페인 꼬치 요리인 에스페토(Espeto), 인도네시아 죽요리 파페다(Papeda) 등이 순위에 올랐다.

비빔밥이 구글 레시피 검색량 1위에 오른 건 한국 드라마 등 K 콘텐츠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구글에 힌디어로 ‘비빔밥’을 검색하면 ‘태양의 후예에 나논 비빔밥 조리법’과 같은 게시글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에 나오는 한식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증가한 것이 글로벌 검색량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비빔밥이 세계에 알려진 계기는 1997년 대한항공(KAL)이 기내식으로 비빔밥을 제공하면서부터라고 본다. 웰빙(well-being) 기내식으로 주목받아 1998년 ‘세계최고 기내식 상(賞)’을 받았다. 요즘도 대한항공 국제선에서 연간 300만개 이상 비빔밥이 소비된다. ‘팝 황제’ 마이클 잭슨이 대한항공 기내식으로 처음 맛보곤 ‘비빔밥 마니아(mania)’가 됐으며, 그가 머물던 신라호텔에선 비빔밥만 찾은 그를 위해 고추장과 육류가 안 들어간 ‘마이클 잭슨 비빔밥’ 레시피를 개발했다.

비빔밥은 같은 ‘밥’ 문화권인 일본과 중국에는 없는 독특한 음식이다. 비빔밥은 식약동원(食藥同源) 즉, ‘음식과 약은 뿌리가 같다’는 한국 음식 철학이 담긴 균형식(均衡食)이다. 다양한 식품을 제공하는 비빔밥은 식재료 배합에 따라 저열량 ‘다이어트식(食)’이 될 수도 있다. 비빔밥은 궁궐에서 임금으로부터 일반 백성까지 두루 먹는 우리 민족의 대표음식이다.

필자는 비빔밥을 즐겨 먹는다. UNICEF(국제연합아동기금)에서 1965년부터 25년간 근무하면서 보건(health)과 영양(nutrition) 관련 국제회의에 많이 참석했다. 국제회의에서 만난 외국인들에게 웰빙(well-being)한식으로 비빔밥을 소개하곤 했으며, 친분이 있는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식당에서 비빔밥을 대접하곤 했다. 외국인들은 탄수화물·단백질·지방 3대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는 비빔밥을 고추장·참기름을 넣고 직접 비버서 먹는 이색 체험을 좋아한다.

비빔밥의 대표적인 레시피는 흰 쌀밥에 각종 나물을 넣고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고 비빈다. 대표적으로 고추장을 넣지만, 간장이나 된장, 쌈장을 넣어서 비비기도 한다.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음(陰)과 양(陽)의 오방색(五方色)을 사용한다. 우주를 구성하는 흰색,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검은색의 다섯 가지 색이 모두 이상적이라는 예기다. 즉 탄수화물은 흰색, 단백질은 빨간색, 지방은 노란색, 채소는 파란색, 발표식품은 검은색이다.

우리나라 밥 요리인 비빔밥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다. 부빔밥, 제삿밥, 골동반(骨董飯), 교반(攪飯)으로도 부르며, 궁중에서는 비빔이라 불렀다. 음식을 담는 그릇이 많이 없는 집 밖에서 산신제나 동신제를 지낼 때 신인공식(神人共食)이라는 생각에 따라 그릇 하나에 이것저것 받아 섞어 먹던 것, 또는 조상을 위한 제사를 지낼 때 제물을 빠짐없이 음복(飮福)하기 위해 밥에 여러 가지 제찬(祭饌)을 고루 섞어 비벼 먹던 것에서 발달하였을 수 있다.

비빔밥은 조선 중기의 문신 박지혜(1569-1635)가 지은 역사서 <기재잡기>’에 혼돈반(混沌飯)으로, 조선 후기의 문신 권상일(1679-1760)이 쓴 일기인 <청대일기>에 골동반(骨董飯)으로 언급된다. 실학자 이익(1681-1764)이 지은 <성호전집>에는 골동(骨董)으로, 실학자 이덕무(1741-1793)의 <청장관전서>에는 골동반(骨董飯)으로 언급된다. 골동반의 ‘골’은 섞을 골, ‘동’은 간직한 동으로 ‘골동’이란 여러 가지 물건을 한데 섞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골동반은 이미 지어 놓은 밥에다 여러 가지 찬을 섞어서 한데 비빈 것을 의미한다.

이규경(1788-1856)이 지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채소비빔밥, 잡비빔밥, 회비빔밥, 정어비빔밥, 대하비빔밥, 새우젓갈비빔밥, 새우알비빔밥, 게장비빔밥, 달래비빔밥, 생오이비빔밥, 김가루비빔밥, 고추장비빔밥, 왕후비빔밥 등 여러 가지 비빔밥이 소개되어 있다. 또한 지역의 특산물을 소개하면서 “평양의 감홍로, 냉면, 골동반”을 들기도 하였다.

19세기 후반의 조리서인 <시의전서>에는 비빔밥의 조리법이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 있다.

“밥을 정히 짓고, 고기는 재워 볶고 간납(肝納)은 부쳐 썬다. 각색 남새를 볶아 놓고 좋은 다시마로 튀각을 튀겨서 부숴 놓는다. 밥에 모든 재료를 다 섞고 깨소금과 기름을 많이 넣어 비벼서 그릇에 담는다. 위에는 잡탕거리처럼 계란을 부쳐서 골패짝만큼씩 썰어 얹는다. 완자는 고기를 곱게 다져 잘 재워 구슬만큼씩 빚은 다음 밀가루를 약간 묻혀 계란 씌워 부쳐 얹는다. 비빔밥 상에 장국은 잡탕국으로 해서 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