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나도 모르게 해야 하는 것들
데살로니가전서 5장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 5:16-18)
체내 항상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생명체가 자신의 최적화된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특성입니다. 생명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은 곧 항상성이 유지된다는 말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가만히 있어도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체온이나 혈당량, 혈중 산소포화도, 체내 삼투압과 같은 것들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애를 쓰고, 심지어 스스로에 대한 의식이 사라지는 순간에도 우리의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일을 합니다. 병에 걸린다는 것은 이 항상성이 일시적으로 깨어지는 것을 의미하고, 죽음이라는 것은 항상성이 영구적으로 깨어지는 것입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은 우리의 영적 항상성에 관한 말씀이 아닐까요? 심장이 늘 뛰는 것처럼 우리 삶에는 가슴 뛰는 기쁨이 늘 있어야 합니다. 단 한 번도 멈추어본 적이 없는 호흡처럼, 쉬지 말고 기도해야 합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는 온기가 있는 것처럼 감사는 우리의 영적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항상성의 특징은 내가 의식한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심박수나 체온, 혈당량은 내가 손과 발을 제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어되고 있습니다. 항상성의 유지는 자율신경계, 즉 의식적 영역이 아니라 무의식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내 의지와는 아예 상관 없는 영역일까요?
무의식은 오랜 시간 동안의 의식적 반복에 영향을 받습니다. 마라톤 선수가 일반인보다 훨씬 강한 심장을 가지게 되는 것은 오랜 시간 의식적 훈련의 결과입니다. 꾸준한 운동과 식습관의 개선이 체내 항상성에 영향을 끼칩니다. 질적 변화를 일으키는 양적 달성의 임계점이 있는 것처럼 영적 변화를 일으키는 육체적 훈련의 임계점이 있습니다.
기독교가 수행의 종교는 아니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거룩한 습관 형성을 위해 여러 방식의 훈련을 시키십니다.
내가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도 심장이 뛰고, 내가 호흡을 잊어버려도 숨이 쉬어지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기도하고, 나도 모르게 감사하고, 나도 모르게 기뻐하는 상태가 곧 항상 기뻐하고 쉬지 않고 기도하고 범사에 감사하는 것 아닐까요?
의식하지 않아야 티내지 않고 자랑하지 않습니다. 기도와 감사, 기쁨을 가지고 종교적 생색을 내고 있다면 그건 많이 해서가 아니라 아직 덜 해서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