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나답게 산다는 것
고린도전서 15장
세상은 나답게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가득합니다. 나만의 스토리, 나만의 개성, 나만의 색깔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래야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다운 게 과연 뭘까요?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르면 나다운 것일까요? 다른 인생들과 비슷하면 나다운 게 아닌 걸까요? 내가 생각하는 나다운 모습은 순전히 내가 생각해 낸 것인지 의문입니다. 혹시 어딘가로부터 주입당한 이미지를 나다운 모습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세상은 나다운 내가 되기 위해서 자기계발이라는 것을 합니다. 이 시대는 자기계발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기계발 산업이 호황입니다. 자기계발 관련 아이템은 오늘날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기계발에는 중독성이 있습니다. 자기계발 중독은 자기 중독으로 이어집니다. 자기에게 중독된 인간은 거대한 자기계발 산업의 충직한 소비자로 전락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아 실현의 확신을 갖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자기계발 산업이 주입한 환상인지도 모른 채 말입니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라는 환상 속에서 나를 노예처럼 부리고 착취하다가 결국에는 탈진하고 마는 것입니다.
자신을 착취하듯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전력질주하던 바울이 예수님을 만나고 놀라운 진리를 깨닫습니다. 진정한 자아 실현은 자기계발이 아니라 자기부인에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 15:10)
나라는 존재 자체가 애시당초 내 결정과 노력으로 생긴 것이 아닌데, 내가 나를 성취하면 얼마나 성취할 수 있겠습니까? 내 삶의 기반에 하나님의 은혜가 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 신앙입니다.
‘I am who I am'(나는 나다), 이것은 하나님의 이름입니다. 하나님이야말로 가장 자기다운 분입니다. 우리의 존재가 그분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에, 하나님 안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내가 나다울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만이 나를 나 되게 하십니다.
은혜를 알고 열심히 살면 내가 진정으로 나 되는 것이고, 은혜를 모르고 열심을 다하면 그냥 나대는 인생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