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스치는 바람도 하나님 음성일 수 있습니다”

“대단한 계기가 있어야만 하나님을 만나는 건 아닙니다. 스치는 바람도 하나님의 음성일 수 있습니다. 하늘에서 하나님의 불이 떨어져 제단을 사르는 경험도 엘리야를 깊은 영적 침체로부터 꺼내주지 못했습니다. 그를 수렁에서 일으킨 것은 세미한 중에 들렸던 하나님의 음성이었습니다.”(본문 가운데) 사진은 바위 틈새에 핀 ‘꿩의 바람꽃’


에스겔 29장

“인자야 너는 애굽의 바로 왕과 온 애굽으로 얼굴을 향하고 예언하라”(겔 29:2)

애굽(이집트)은 고대근동의 터줏대감이었습니다. 주변의 여러 나라들이 흥망성쇠를 반복하는 동안 애굽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무시못할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나라입니다. 나일강 문명의 풍요로움을 근간으로 외부의 어떤 급격한 변화에도 요지부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이 국가적 형태를 갖추기 훨씬 이전, 아브라함 고작 한 사람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던 시절에도 애굽은 애굽이었습니다.

에스겔 29장부터 32장까지는 그런 애굽을 향한 메시지입니다. 에스겔은 파라오와 애굽을 향해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합니다. 그런데 애굽으로서는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한참 전 일이기는 하지만 모세라는 선지자가 파라오 앞에 서서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했던 날이 있었습니다.

열 가지의 재앙으로 온 나라가 초토화되었고 수 많은 전차와 기병들이 홍해에 수장되었습니다. 게다가 200만에 가까운 노동력이 한 순간에 공백 상태가 되었습니다. 애굽의 역사 이래 가장 큰 국가적 위기가 아니었을까요? 역사로 기록하고 싶지도 않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정도의 사건을 경험했으면 태양신이나 나일강의 신보다는 하나님이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알만도 한데 파라오는 완고했습니다. 열 가지 재앙을 경고하실 때 하나님께서는 계속해서 ‘그들이 내가 하나님인 줄 알리라’고 기대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눈 앞에서 애굽의 신들 하나하나가 파멸되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하나님이 하나님이신 줄 몰랐습니다. 에스겔 29장 이후에 나오는 심판의 메시지에도 ‘내가 여호와인 줄 알리라’고 계속 말씀하십니다.

인간은 생각보다 완고합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요지부동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사고의 전환과 인생의 변곡점을 경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단한 계기가 있어야만 하나님을 만나는 건 아닙니다. 스치는 바람도 하나님의 음성일 수 있습니다. 하늘에서 하나님의 불이 떨어져 제단을 사르는 경험도 엘리야를 깊은 영적 침체로부터 꺼내주지 못했습니다. 그를 수렁에서 일으킨 것은 세미한 중에 들렸던 하나님의 음성이었습니다.

표적을 구하던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표적을 보여주지 않으십니다. 보게 되면 믿게 될까요? 아무리 대단한 현상을 봐도 믿지 못하는 것이 우리입니다. 하나님나라는 보고 믿는 것이 아니라, 믿어야 보입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