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높이가 없는 담…공존과 상생을 위해
에스겔 42장
“그가 안에 있는 성전 측량하기를 마친 후에 나를 데리고 동쪽을 향한 문의 길로 나가서 사방 담을 측량하는데”(겔 42:15)
담을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수치는 무엇일까요? 높이입니다. 담의 본질은 높이에 있습니다. 폭이나 길이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그런데 에스겔에 나온 성전의 담에는 높이 수치가 하나도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에스겔에게 성전 담의 치수를 측정하게 하시는데, 그 담은 너비와 길이는 있지만 높이가 없는 담이었습니다. 바닥에 그릴 수는 있지만 높이 쌓을 수 없는 이상한 담이었습니다.
더 이상한 점은 그 담의 존재 목적에 있습니다. “그 담은 거룩한 것과 속된 것을 구별하는 것이더라”(겔 42:20)
거룩한 것과 속된 것을 구별하기 위한 담인데 높이 정보가 없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거룩은 벽을 높이 쌓아서 구별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교회와 성도의 거룩은 세상과의 단절을 통해서 확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바벨론으로 사로잡혀 가게 한 모든 포로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너희는 집을 짓고 거기에 살며 텃밭을 만들고 그 열매를 먹으라”(예레미야 29:4-5)
자기네들끼리만 뭉쳐 지내며 자신들만 선민인 줄 알았던 유대민족을 하나님은 일부러 흩으셨습니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섞여 살도록 하셨습니다. 성전 담장 안에서만의 거룩이 아니라 세상의 한 복판에서 거룩하게 살아가길 도전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자녀들에게 공존과 상생을 요청하신 것입니다.
에스겔서에 나오는 성전의 특징은 담뿐만 아니라 모든 건축물의 높이 수치가 생략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입체감이 전혀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임재만이 입체감을 부여하는 그런 공간입니다. 하나님의 임재가 없다면 그저 종이 위에나 그릴 수 있는 단면도나 평면도에 불과합니다. ‘나’라는 성전도 하나님의 임재가 없다면 몇 가지 지식적 정보가 적힌 종잇장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