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 실추 ‘새만금 잼버리’…”폐막까지 1주일, 온 국민 정성으로”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단 철수를 선언한 영국 운영요원이 5일 오전 전북 부안군 행사장 영지 내에 설치한 국가 홍보 부스를 철거하고 있다.지금은 홍보할 때가 아니라 그동안 부족했던 것을 보완하고 참가자들에게 정성을 다할 때다. <사진 연합뉴스>

윤 대통령 프로그램 대체지시 후 종교계 기업 등 발벗고 나서
대회 폐막 뒤 지역 정치인 비롯한 관련 공직자들 책임 규명해야

영국 미국 싱가포르의 조기 철수에 흔들렸다. 그러나 독일과 스웨덴이 ‘잔류’를 결정했다. 국격을 바닥으로 떨어뜨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8월 1~12일) 얘기다. 곡절 끝에 대회는 끝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애당초 새만금은 수만명이 숙영하기에 적절한 곳이 아니었다. 한국잼버리조직위 관계자들은 바닷가 송림의 펜션에서 지냈다. 그러니 현장에서 폭염에 시달리고 생고생하던 현실을 몰랐다니… 전북에도 자연 환경이 뛰어난 무주와 같은 곳이 많이 있다. 그곳은 산악지대에다 숙박 인프라도 좋았다. 그곳에서 체험하는 게 잼버리의 취지에도 맞는다. 그러나 정치인 출신의 김관영 전북지사나 지역 정치인들이 새만금을 고집하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

새만금에 공항도 만들고 인프라도 더 유치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잼버리로 관심을 모아, 혈세를 새만금 인프라 개발에 끌어들인다. 이런 얄팍한 계산과 욕심이 빚은 인재요 참사다. 

눈 귀가 있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니 예견된 인재요 참사라는 말이다. 그러고도 제대로 준비도 안했으니까 말 다했다. 대비가 소홀했다면, 그래서 개판 5분 전이라면 기민하게 사후대응이라도 했어야 한다. 그러나 굼뜨고 안이했다.

BBC를 비롯한 외신들이 새만금 잼버리를 난타했다. 폭염으로 쓰러진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니 그럴 만도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까지 맹위를 떨쳤다. 영국의 철수로 새만금 잼버리는 거의 횡사 일보 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지시를 했다. 관광프로그램 등으로 대체하라고 당부했다.

게다가 보이스카웃 강국 독일 스웨덴의 잔류 결단으로 간신히 새만금은 기사회생했다. “독일 파견 대원들이 잼버리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매우 긍정적인 경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홈페이지)

독일 스카우트는 안전과 위생, 식사를 독일 대표단 관리자가 세계 스카우트 기구와 협조해 해결했다. 윤 대통령 지시 후 주먹구구 운영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주최 측에 시간을 주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독일 관계자)

스웨덴도 홈페이지에서 잔류 결정을 밝혔다. “젊은이들에게 잼버리는 인생에서 단 한번뿐인 독특한 경험이다. 그것을 빼앗아선 안 된다.”(홈페이지)

에어컨을 구비한 냉방 버스들이 속속 추가 지원됐다. 악취를 풍기는 비위생적인 화장실 문제도 차츰 해결됐다. 임시국무회의에 이어 한국 정부의 자원 조달도 증가했다. 유관 장관들도 현장에 달려가 숙영했다. 한때 곰팡이 계란의 전세계 타전으로 분노를 샀다. 먹고 싸고 자는 기본적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다. 위생 문제도 청소 인원이 늘어나 해결됐다.

K-팝 콘서트는 만일의 사태를 걱정해 중단됐다. 먼저 떠난 영국 대표단은 과거 잼버리 때 대원 1명이 사망한 불행한 과거사가 있다. 빈사상태의 ‘새만금’에 종교계와 기업도 나섰다. 대원들이 폭염과 벌레에 물려 고생이 심했다.

영국과 미국의 조기 철수로 지원에 나선 거다. 조계종은 170여 곳을 숙소나 체험 학습장으로 내놓았다. 5일 오후 3시 긴급지원 지침을 전국 사찰들에 내려 보냈다. 24개 교구 본사와 147개 사찰, 직영 문화연수원 등을 야영지나 숙박장소로 제공했다. 조계종은 “조직위와 협의,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한국을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에만 김제 금산사(2500여명), 고창 선운사(4500여명), 부안 내소사(1900명)를 중심으로 약 9000명이 체험활동을 진행 중이다. 조계종의 순발력이 돋보인다. 불교야말로 한국 전통문화의 진수에 해당한다. 대원들이 우리 역사와 문화, 자연을 체험하기에 좋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부터 템플스테이를 운영해왔다. 노하우를 살려 세계 청소년들이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천년의 숲에서 생태와 문화를 누리게 했다.

기업들도 지원 대열에 동참했다. 삼성은 현장에 의료진과 간이화장실을 지원했다. 삼성서울병원 의사 5명과 간호사 4명, 지원인력 2명 등 총 11명의 의료진도 보냈다. 응급의약품과 진료버스와 구급차도 지원했다. 삼성물산은 에어컨이 장착된 간이화장실 15세트와 살수차 7대, 발전기 5대를 보냈다. 삼성은 이온음료와 비타민음료 총 20만개도 제공했다.

HD현대는 조선 3사와 HD현대1%나눔재단 임직원으로 구성된 봉사단 120여명을 급파했다. SPC그룹도 종료일까지 파리바게뜨 아이스바와 SPC삼립빵 3만5000개를 보낸다. 이제사 추락하던 국격이 정상을 찾는 듯하다.

그러나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원인과 진상 규명을 위해 감사든 수사든 해야 한다. 새만금을 숙영지로 선정한 것부터 부실 운영의 전 과정을 해부하듯 따져봐야만 한다. 지원된 1000여억원은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다시는 국격추락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백서라도 만들듯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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