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사람은 행복해야 성공한다” 문용린 전 교육부장관

문용린 전 장관 <사진 중앙일보>

[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사람은 행복해야 성공한다”는 지론으로 ‘행복교육’을 강조한 이우(以愚) 문용린(文龍鱗, Moon Yong-lin) 전 교육부 장관이 최근 앓기 시작한 패혈증(敗血症)이 악화돼 5월 29일 새벽 향년 76세에 별세했다. 고인은 1947년 7월 3일 만주(서간도) 무순에서 태어났으며, 국내로 돌아와 여주에 정착했다.

여주농업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에 입학했다. 서울대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미네소타대학교에서 교육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정책 수립에 관여하여 대통령직속 교육개혁위원회 상임위원,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한국교육개발원 도덕연구실장 등을 역임했다. 미네소타대 풀브라이트(Fulbright) 교환교수도 역임했다.

고인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2000년 1월 제40대 교육부 장관으로 발탁되었다. 2012년 8월 서울대 교수에서 정년퇴임한 뒤 그해 12월에 치러진 제19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보수진영 후보로 출마해 5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서울시교육감 재직시절에 학생들의 정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행복출석부’를 시행했고,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과 비전을 찾게 한다는 취지로 진로직업 체험교육을 강화했다. 또한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가정이 있어야 교육이 살아난다”며 교육청 직원들에게 오후 6시에 ‘칼퇴근’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감성지수(EQ)와 다중지능이론(多重知能理論)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학자이다. 그는 교육의 목적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성지수(感性指數, Emotional Quotient)는 미국의 세계적인 심리학자 다니엘 골만(Daniel Goleman)의 저서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에서 유래되었지만, 타임(TIME)지가 이 책을 특집으로 소개하면서 ‘EQ’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여 학계와 기업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감성지수(EQ)는 지능지수(IQ)와 대조되는 개념으로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여 원만한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마음의 지능지수’이다. 골만은 “EQ는 학습을 통해 계발할 수 있다”라는 주장을 펼쳐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다중지능이론(Multiple Intelligence Theory)은 미국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 교수(인지교육학)가 1983년 소개한 개념으로, 인간의 지적 능력은 서로 독립적이고 상이한 여러 유형의 능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대적 중요성이 동일한 여러 하위능력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한다는 다차원적 지능 이론이다. 가드너는 지능을 한 문화권 혹은 여러 문화권에서 가치 있게 인정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산물을 창조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인간에게는 9개의 다양한 지능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다양한 잠재력을 파악하고자 했다.

문 전 장관은 2014년 6월 서울시교육감 재선에 도전했지만, 진보진영의 조희연 후보에 밀려 패배한 뒤 학교폭력 예방단체인 푸른나무재단(구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회장 등을 지냈다. 그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전인교육(全人敎育)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 피해자의 상처 치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부터 최근까지 대교문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평균 지능에 도달하지 못해 학습과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지원 활동에 나섰다.

주요저서에는 <도덕과 교육>(1988), <보다 나은 삶을 지향하는 젊은이를 위하여>(1990), <나는 어떤 부모인가>(1993), <신세대 부모여 확신을 가져라>(1994), <이젠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부모가 필요하다>(1997), <EQ가 높으면 성공이 보인다>(1998), <학교교육 이렇게 살리자>(2002), <지력 혁명>(2004), <그러나 그의 삶은 따뜻했다>(2004), <열 살 전에 사람됨을 가르쳐라>(2007), <내 아이 크게 멀리보고 가르쳐라>(2008),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주어야 할 최고의 유산>(2009), 그리고 역서(譯書)와 공저(共著)가 다수 있다.

필자는 1990년대 한국청소년연구원 정책연구실장, 한국청소년자원봉사센터 소장, 한국청소년학회 부회장,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하면서 문용린 서울대 교수를 만나 청소년 관련 정책에 관하여 논의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