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야구로 떠나는 추억여행

이만수 감독과 부인 이신화씨. 그들은 대학시절 처음 만나 믿음으로 맺어져 40년 이상 이웃에 기쁨을 나누고 있다. 

평생 한길로 달려온 나의 삶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소홀하게 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린시절부터 야구 한답시고 결혼하고 지금까지 가족을 돌보지 않고 내가 하고픈 일만 해서 두아들과 아내한테 늘 미안한 마음이다. 현장을 떠나 이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가 했더니 다시 동남아로 세계로 다니고 또 국내 재능기부로 인해 현장 있을 때보다 더 바쁘게 노년을 살아가고 있다.

이번에도 거의 한달 가량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한국에서 라오스로 다시 태국으로 해서 아내와 떨어졌다. 한달 만에 모처럼 사랑하는 아내와 좋은 계절인 5월에 동네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사랑하는 아내의 손을 잡고 산책한 것이 얼마만인가? 미안하기도 하고 좀더 잘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여전히 야구로 인해 한 달이면 절반은 집을 비운다.

정말 모처럼 사랑하는 아내와 아름다운 바닷가를 걸으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산책을 다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파트 안에서 동네 어린아이들이 야구를 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나의 발길도 야구하는 동네 어린아이들에게 가게 되었다. 애들한테 가까이 가니 먼저 애들이 나를 알아보고 “야~ 이만수감독님이다” 하며 나에게 달려왔다.

옆에 있던 아내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먼저 나에게 “애들하고 같이 야구하고 가르쳐 주라” 하였다. 아들이 던지고 아빠가 포수하는 장면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너무 보기가 좋았다. 동네 아이들이 투수를 하고 친구들이 배트를 잡고 타자석에 서서 홈런이라며 강하게 타격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부모와 함께 즐거워 하고 행복해 하며 야구하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었다. 나도 잠시 애들에게 다가가 타격에 대해 조금 가르쳐 주고 애들이 노는 모습을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지켜보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또다시 지난 미국에서 10년 동안 생활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난다. 미국에서는 주말이면 어느 누구할 것 없이 동네 공터로 나와 아빠와 아이들하고 함께 야구하는 모습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부모와 함께 야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책자나 동영상이 어디를 가나 잘 되어 있어 충분히 부모님 혼자서도 얼마든지 가르쳐 줄 수 있도록 모든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이들은 어린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부모로부터 모든 스포츠를 하나씩 배운다.

부모와 함께 운동을 통해 누구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꿈을 키우게 된다.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은 어린 자녀들이 많이 움직이고 활동적이어야 뇌도 활발하게 잘 움직여 창의성을 가질 수 있다며 시간만 나면 밖으로 나가 부모들과 활발하게 뛰어 놀며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다.

잠시 애들하고 야구하면서 또다시 옛날 나의 어린시절이 오버럽 되면서 동네에서 친구들과 찐봉(손야구) 놀이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의 어린시절은 부모님과 함께 야구나 축구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친구들과 밤늦도록 좁은 공간에서 축구와 손야구 놀이를 했다. 당시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한참 동안 놀다보면 어김없이 어머님이 부르신다. “만수야~ 밥 먹어라” 그러면 친구들이 한두명씩 집으로 뿔뿔이 헤어진다. 아주 잠깐 동네 아이들과 찐봉 놀이 하면서 즐거웠던 시간들이 이제는 어느덧 노년으로 달려가고 있어도 여전히 옛 추억들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장면들을 지켜보는 아내 모습이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인다.

나 또한 야구를 통해 주위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어 행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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