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失明) 예방합시다①] “몸이 1000냥이면 눈은 900냥”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시각장애의 주요 원인으로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녹내장 △백내장이 있으며, 실명(失明)환자 4명 중 3명은 이런 안질환을 적절하게 치료하지 못해 실명에 이른다. 대한안과학회(Korean Ophthalmology Society)는 예방이 가능한 실명질환과 관련 전국 2500곳 안과에서 연 1회 실명을 예방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안저검사(眼底檢査)를 받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몸이 1000냥(兩)이면 눈은 900냥(兩)”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눈은 가장 중요한 감각인 시각을 담당하는 신체기관이다. 외부의 정보 중 70% 정도를 시각으로 받아들인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百聞不如一見)는 말도 있다. 눈은 한번 나빠지면 회복이 어려운데 최근에는 컴퓨터, 스마트폰 등이 일상화되어 눈이 많이 피로해지면서 눈과 관련된 질환을 겪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안구의 겉을 이루는 막은 세 개의 층으로 구성된다. 외막은 공막이라 하며, 안구 전면부에 위치한 외막은 각막(角膜)이라고 부른다. 중간에는 색소를 함유하고 있어 암막의 커튼과 같은 역할을 하는 맥락막(脈絡膜)이 위치하며, 가장 안쪽에는 안구 뒤쪽으로 망막(網膜)이 분포되어 이곳에서 빛을 감지한다. 안구 전면부에는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水晶體), 안구 내로 유입되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홍채(虹彩)가 있다.
망막은 우리 눈의 가장 안쪽에 있는 신경조직으로, 마치 카메라의 필름과 같은 역할을 하며 눈으로 들어온 빛이 상(像)을 맺는 곳이다. 망막 전체에 시세포(視細胞, visual cell)가 분포되어 있지만 황반(黃斑, yellow spot)에는 특히 세포가 가장 많이 밀집돼 있어 시력의 90%를 담당한다. 사람이 색을 구별하거나 사물을 또렷하게 볼 수 있는 것도 모두 황반 덕분이다.
녹내장과 백내장의 차이점은 뚜렷하지만 이 질환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백내장은 안구 앞쪽의 수정체(水晶體)가 혼탁하면서 발생하고, 녹내장은 안구 뒤쪽의 시신경(視神經)이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백내장은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며, 녹내장은 시야(視野)가 점점 좁아지는 것이다. ‘소리 없는 시력(視力)도둑’이라는 별명을 가진 녹내장의 발생 연령이 낮아지고 있으며, 40대 이상에서 실명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녹내장(綠內障, glaucoma)은 안압(眼壓)의 상승으로 인해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에 장애가 생겨 시신경의 기능에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시신경이 약해지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말기에는 실명에 이르는 질환으로 ‘눈의 치매’라 불린다. 시야는 주변 시야가 먼저 손상되고 중심시력은 변화가 없기 때문에 말기가 되면 터널에서 밖을 보듯 중심부만 남아있는 시야가 된다.
안압이란 눈(안구)의 압력을 말하며 정상범위는 10-20mmHg이며, 정상인의 안압은 평균 15mmHg이다. 안압이 너무 낮으면 안구 자체가 작아지는 안구 위축이 올 수 있고, 높으면 시신경이 손상된다. 안압은 주로 방수(放水) 순환의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안압이 정상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안압상승이 동반되지 않은 녹내장인 ‘정상안압 녹내장’도 흔하다. 한 연구에 의하면 녹내장의 유병율은 약 3.5%이며, 이 중 77%는 정상안압 녹내장이다. 국내 녹내장 환자 중 약 20%만이 치료를 받고 있다.
‘개방각 녹내장’은 전방각이 닫히지 않고 정상적인 형태를 유지한 채 발생하는 녹내장을 말하며, ‘폐쇄각 녹내장’은 갑자기 상승한 후방압력 때문에 홍채가 각막쪽으로 이동하여 전방각이 폐쇄되어 발생하는 녹내장을 말한다. 전방각이란 각막의 후면과 홍채의 전면이 이루는 각을 말하며, 이것이 눌리면 방수(放水)가 배출되는 통로가 막히게 되므로 안압이 빠르게 상승하게 된다.
방수란 눈 안에서 생성되는 물로, 눈의 형태를 유지하고 눈 내부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방수는 홍채 뒤쪽의 모양체라는 조직에서 매일 조금씩 생성되며, 생성된 양만큼 순환을 통해 눈 외부로 배출되는 흐름을 갖는다. 방수가 너무 많이 생성되거나 흐름에 장애가 생겨 배출이 적어질 경우 눈 내부의 압력이 올라가게 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안압이 상승되어 녹내장이 생긴다.
우리나라 50-60대는 특히 ‘정상안압 녹내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안압은 정상인데 녹내장이 생기는 경우다. 사람에 따라 시신경이 견뎌내는 안압이 다르다. 최근에는 유전적 요인에 근시의 증가, 근거리 전자기기 사용 등으로 젊은 연령층에서도 녹내장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녹내장의 증상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누며, 급성 녹내장은 전체 녹내장의 약 10% 정도이며, 안압이 갑자기 상승하면서 시력 감소, 두통, 구토, 충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녹내장은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므로 조기 발견이 어렵고 시신경 손상이 상당 부분 진행된 뒤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 ‘예고 없는 시신경 살인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녹내장 환자의 90% 이상이 아무 증상이 없다. 하지만 증상은 없으면서 시신경은 점점 나빠져 시야도 좁아진다. 나중에는 열쇠구멍으로 세상을 보는 것처럼 시야의 범위가 좁아지다가 시력을 잃게 된다.
녹내장 치료는 안압을 떨어뜨려 시력이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눈 뒤쪽에 압력이 가해지면 연조직인 시신경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약물치료가 우선이며, 점안약, 경구약, 주사제 등을 통해 치료를 한다. 그래도 안압이 내려가지 않으면 레이저나 수술적 치료를 선택한다. 레이저와 수술의 가장 큰 목적은 눈 안에 갇혀 있는 방수를 눈 밖으로 빼내는 것이다. 각막과 홍채 사이 저항이 심한 방수 유출 통로인 섬유주를 제거하거나, 다른 통로를 뚫어주는 수술을 일차적으로 한다.
전통적인 수술로는 섬유주 절제술과 방수유출장치 삽입술이 있다. 최근에 나온 수술로는 최소침습술인 젠(XEN) 스텐트 삽입술 등이 있다. 섬유주 절제술은 섬유주을 제거해 방수를 직접 유출하는 여과포를 만드는 수술이다. 방수유출장치 삽입술은 방수를 빼내는 장치를 눈 뒤로 삽입하는 수술이다. 젠 스텐트 삽입술은 미세한 스텐트를 삽입해 공막과 결막 사이 여과포를 만드는 수술이다. 수술 선택 기준은 환자의 상태다. 수술의 목적은 안압 조절이며, 이미 손상된 시신경을 복구시키는 것은 아니다.
녹내장은 특별한 예방보다는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이에 매년 녹내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녹내장 중에는 안압이 정상범위에 속하지만 시신경 손상이 진행되는 정상안압 녹내장도 있으므로 안압 이외에도 안저촬영(fundus photography)을 통해 시신경섬유층의 결손 유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시야(visual field)검사도 중요하다.
흡연, 비만 등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가 녹내장 발생 확률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금연과 규칙적인 운동과 식단 조절을 꾸준히 하여야 한다. 꽉 조이는 넥타이를 피하고, 머리로 피가 몰리는 자세(물구나무서기)나 복압이 올라가는 운동은 피해야 한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 자세를 갖고 혈류개선을 위해 유산소운동을 하고, 충분한 수분과 황산화제가 포함된 채소와 과일, 녹차, 검은 초콜릿 등을 섭취하면 시신경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