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53년 야구인생 후반기, 베트남에 쏟는 열정

이만수 감독

야구 한길 걸어온 것이 53년째다.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가 14살 중학교 때였는데 이제 60대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말 지금까지 쉼없이 열심히 달려왔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지난 53년 동안 단 한번도 야구가 싫거나 권태기를 느끼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Baseball-mate 나의 친구로 평생을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야구는 나의 삶에서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삶에서 야구를 빼고 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야구가 곧 이만수”고 “이만수가 곧 야구”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갈 때 보통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떠올려 보면 ‘가족’과 ‘친구’라고 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다. 나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꼭 하나를 꼽는다면 당연히 ‘야구’일 것이다.

지난 53년 동안 야구로 인해 받은 사랑을 생각하면 지금 라오스와 베트남에 들어가 야구를 보급하고 그들과 함께 노후를 보내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야구하는 것은 또다른 인생 2막에서 더 없는 행복이다. 그래서 나에게 라오스와 베트남은 그야말로 새로운 인생을 경험하고 또다른 삶을 살아가는 디딤돌이다.

남들은 이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면서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의 친구인 야구를 걸어다닐 수 없을 때까지, 아니 나의 삶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나는 야구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이를 잊고 이들과 진정한 친구가 되어 함께 달려가는지 모른다.

야구친구(Baseball-mate)라고 하면 세상 사람들이 무언가 잘못된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억지로 내 나름대로 이름을 지었지만 평생 야구를 통해 지금까지 살아온 삶보다 앞으로 얼마남지 않은 인생 그들과 만나고 함께 하면서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잘하고, 잘 가르치는 야구를 통해 그들과 남은 인생을 함께 할 것이다.

라오스와 베트남 그리고 제 3국이 어디가 될지 모르나 이들과 야구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진정으로 야구를 사랑하고 함께하는 공통점을 심어주려고 한다. 다른 점은 50년 넘게 야구를 평생 업(業)으로 살아온 나와 달리, 그들은 그저 야구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야구’의 매력을 동남아시아 많은 젊은이들에게 알리고, 야구를 통한 선한 영향력을 베푸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야구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에 나는 그들과 진정한 Baseball-mate가 될 것이다.

열악하고 환경이 좋지 않은 동남아시아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에서 야구를 보급시키는 일에 함께 해주어 늘 고마운 마음이다. 지난 10년 동안 낯선 인도차이나반도 땅에서 야구를 시작하며 ‘야구’ 자체의 문제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이 ‘관계’ 속에서 입게 되는 상처라는 것을 나는 익히 알고 있다.

2014년 11월 처음 라오스에 들어가 야구를 전파할 때 주위 사람들로부터 많은 오해와 모함, 그리고 거짓말은 가십거리가 되어 마음의 상처와 괴로움을 남겼다.

새로 시작하는 베트남 야구에서도, 그 누구보다 이해하고 함께 할 줄 알았던 야구인들로부터 오해와 모함을 받을 때 당장이라도 그만 두고 싶었다. 지난 수년 동안 젊은 선수들을 데리고 40도 땡볕 더위보다, 야구장비 부족으로 애태우는 마음보다, 인도네시아 아시아대회에서 경기력이 올라가지 않아 국제대회 성적을 걱정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사람으로 인해 받게 되는 마음의 상처였다.

다행히 이미 많이 경험했기에 야구인으로서 조금 단련이 되었다. 무엇보다 베트남 야구 발전과 전파라는 큰 목표와 본인이 옳고 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신념이 있기에 앞으로 있을 베트남 야구도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 스스로 위안하고 격려한다.

지금 베트남 야구는 짧은 기간 동안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발전해 가고 있다. 특히 야구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수많은 교민들이 베트남에 야구붐이 일어나기를 고대하며 함께 동참하고 있다.

처음 베트남에 야구를 전파할 때만 해도 어느 누구도 눈여겨 보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야구가 발전하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면서 생각하지 않았던 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베트남 야구도 우리 손으로 발전시킨다면 앞으로 놀라운 역사가 나타나리라 믿는다. 베트남 야구가 앞으로 동남아시아에서 맹주로 자리잡는다면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얼마나 큰 보람이 될지 벌써부터 설렌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라오스나 베트남에서 야구가 활성화 되면 될수록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사심을 바라는 이들도 생기고, 시기와 질투의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또한 라오스와 베트남 야구가 발전하고 잘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하기에 기쁠 수는 없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 베트남 야구는 모든 것이 열악하고 환경이 좋지 않다. 당장 베트남 야구선수들이 야구하는데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업 후원, 야구발전 방향 모델 제시, 야구 훈련장 시찰 및 코치 등 쏟아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이것 또한 라오스처럼 해나간다면 베트남 야구도 멀지 않아 자체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기대해 본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뛰어 다니는 것은 야구인으로서 50년 넘도록 세상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처음 라오스와 베트남 야구선수들과 했던 야구협회와 국가대표팀 창단을 돕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 약속에는 한국야구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시스템을 베트남 야구가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뜻 깊은 스포츠 외교의 성과를 꿈꾸는 것이기도 하다.

이 노력에 베트남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코이카 등 한국 정부기관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이 이루어졌고,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많은 한국기업들도 조금씩 그 뜻에 동참하고 있다. 야구를 통한 이러한 활동은 한국과 라오스 그리고 베트남의 우호관계를 넓혀가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긴 시간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라오스와 베트남 야구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이제 베트남 야구는 첫 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내 마음속에 베트남 야구는 현재 한국야구가 발전해 온 과정들을 꿰뚫어 보고 한국야구를 모델로 삼고 접목시키려고 한다.

나의 Baseball-mate인 선수들과 스탭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 어떤 역경과 어려움 속에서도 당당하게 라오스와 베트남 야구를 위해 초지일관(初志一貫) 내가 꿈꾸었던 일들을 수행하다 보면 언젠가는 동남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주목받게 될 날이 오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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