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트라우마①] “하늘나라로 떠난 젊은이들 명복을 빕니다”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에 차려빈 빈소에 한 시민이 조의를 표하고 있다.

핼러윈데이(Halloweenday, 10월 31일)를 앞두고 주말인 29일(토요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13만여 명의 인파가 몰린 가운데, 해밀튼 호텔 옆 폭 3.2m 골목길에서 수천명이 연쇄적으로 엉켜 최악의 참사가 벌어졌다. 인명피해는 사망자 156명, 부상자 151명으로 총 307명이다.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이다. 하늘나라로 떠난 젊은이들의 명복을 빈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이날부터 11월 5일까지 일주일간을 ‘국가 애도(哀悼) 기간(period of national mourning)’으로 지정했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과 참사가 발생했다. 정말 참담하다”면서 국정 최우선 순위를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겠다고 밝혔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한 합동 분향소(焚香所)가 31일 전국 곳곳에 마련되면서 애도 행렬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전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아 추도(追悼)했다. 지하철 이태원역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꽃을 놓아 만든 분향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같은 또래들이 다수 숨진 20대 청년들이 전국에서 분향소를 찾아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핼러윈(Halloween)은 고대 켈트족의 삼하인(Samhain) 축제에서 비롯되었다. 켈트족(the Celts)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음식을 마련해 죽음의 신에게 제의(祭儀)를 올림으로써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惡靈)을 쫓았다. 이때 악령들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한 사람들이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꾸미는 풍습이 있었으며, 핼러윈 분장 문화의 원형이 됐다.

오늘날 핼러윈의 대표적인 행사로 아이들이 마녀나 요정, 유령, 인기 만화의 주인공 등으로 분장하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먹을거리를 얻는 놀이인 Trick or treat(맛있는 걸 안주면 장난칠 거야)를 꼽는다. 1952년 월트 디즈니는 오지와 헤리엇을 주인공으로 삼아 ‘트릭 오어 트릿’을 에피소드로 한 TV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으며, 같은 해에 유니세프(UNICEF)가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기금 모금을 위해 만든 캠페인 영상에도 ‘트릭 오어 트릿’이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몇 년 새 핼러윈 행사를 하는 곳이 많아졌다. 놀이공원·쇼핑몰은 물론, 영어 유치원·어학원 등에서도 파티를 연다. 이에 핼러윈이 ‘제2의 크리스마스’가 됐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이태원에서 외국 같은 핼러윈을 즐길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이태원은 ‘핼러윈을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MZ세대엔 크리스마스보다 큰 축제다.

이태원에서 일어난 핼러윈 참사 직후 해밀턴 호텔 앞 도로에 수십 명이 쓰러진 채 심폐소생술(心肺蘇生術, CPR)을 받았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사망 대부분은 외부 압력에 의한 심장박동 정지로 질식사(窒息死)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심폐소생술(Cardio Pulmonary Resuscitation)이란 심폐의 기능이 정지하거나 호흡이 멎었을 때 사용하는 응급처치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최석재 홍보이사(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쓰러진 뒤 바로 심폐소생술을 해서 호흡이 돌아온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다면 저체온 치료를 통해 뇌 손상이 진행되는 걸 막아 환자를 살릴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수십 분 이상 끼어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잠깐의 심정지가 왔던 환자들은 적었을 거고 회복 가능성이 없던 환자들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정지 환자가 후유증 없이 회복할 수 있는 치료 골든타임은 4분에 불과하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의료진, 구급대원은 물론 일반인들도 응급 환자들 심폐소생술에 대거 동참하면서 인명 피해를 줄이는데 한몫했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언제라도 응급 처치를 할 수 있게 CPR을 배워야 한다”는 지원자가 많다. CPR 교육은 보건소, 소방서, 국민안전체험관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대한적십자사 등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교육기관과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도 가능하다.

심폐소생술은 심장이 멈췄을 때 인공적으로 혈액을 순환시키고 호흡을 돕는 응급치료법이다. 응급상황에서 신속한 심폐소생술이 중요한 것은 심폐소생술을 효과적으로 하면 하지 않을 때보다 환자의 생존율이 최고 3.3배, 뇌 기능 회복률은 최고 6.2배 올라가기 때문이다.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건 자동심장충격기(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 AED)의 역할이고 심폐소생술은 심장이 다시 뛸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거라고 보면 된다.

일단 누군가에게 심폐소생술을 한 번 시작했다면 구급대원에게 인계가 완료될 때까지 절대 멈추면 안 된다. 심폐소생술이 힘들면 다른 사람과 교대하면서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의식이 돌아오고 자가 호흡과 박동을 하면 일단은 살려냈다고 봐도 된다.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은 보통 5년마다 업데이트되고, 미국의 AHA(American Heart Association)과 유럽의 ERA(European Resouscitation Council)에서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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