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트라우마③] “사고현장 ‘이태원’ 대신 ‘10·29’ 날짜로 표현하는 게 치료에 도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주된 증상은 충격적인 사건의 재경험과 이와 관련된 상황 및 자극에서 회피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찰과 면담, 병력 청취, 질의응답에 의해 진단되며, 미국 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의 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DSM-5)의 진단 기준에 따라 판단한다. 치료는 충격적인 사건을 당한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할 것은 정서적인 지지와 그 사건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용기를 북돋는 것이다.
이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이완요법 등의 적응 방법을 교육하는 것도 좋은 치료방법이다. 약물 치료로는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약물로써, 이 약물은 우울증 및 다른 불안장애의 증상과 유사한 증상뿐만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고유의 증상도 호전시킨다. 정신 치료 요법으로는 정신역동적 정신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행동치료, 인지치료, 최면요법 등이 심리요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이들에게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심리 안정화 기법인 호흡으로 불안 심리 관리, 스스로 자신을 위로하기 등을 권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호흡이 가빠지며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심호흡과 복식호흡을 하면, 안정을 유도하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교감신경 항진은 줄어든다.
심한 트라우마에 노출된 사람에게 해리(解離)증상(dissociation symptom)이 올 수 있다. 즉 트라우마 상황에서 몰두되어 빠져 나오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사람에게는 ‘과거 트라우마’ 상황에서 벗어나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을 주지시키는 안정화 기법인 ‘착지법’과 ‘나비 포옹법’ 등이 필요하다.
‘착지법’은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발뒤꿈치를 들었다가 ‘쿵’ 내려놓으며, 발뒤꿈치에 지그시 힘을 주어 단단한 바닥을 느끼는 방법이다. ‘나비 포옹법’은 두 팔을 가슴 위에 교차시킨 상태에서 양측 팔뚝에 양손을 두고 나비가 날갯짓하듯이 좌우를 번갈아 살짝살짝 10-15번 두드리는 방법이다. 갑자기 긴장이 되어 가슴이 두근대거나, 괴로운 장면이 떠오를 때, 그것이 빨리 지나가게끔 자신의 몸을 좌우로 두드려 주고 스스로 안심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이태원 참사 심리지원은 국립건강정신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센터장 심민영)가 총괄하고 있다. 심민영 센터장은 “트라우마에 의해 독특한 스트레스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돼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가 되면 PTSD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트라우마를 경험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유사한 반응을 보여 3일까지는 질환이 아니라 급성스트레스 반응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3일 이후에도 계속 지켜봐야 한다.
심 센터장은 “사고를 당한 건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극복하는 힘이 회복탄력성”이라며 “회복탄력성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옆에 있어 고립되지 않고 누군가와 연결됐다고 느끼는 연결감이 가장 강력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라우마 사건 자체보다 그 이후 연결감이 없어서 어떤 비난이나 루머 같은 부정적인 반응에 노출되었을 때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근거 없는 2차 가해가 더 큰 상처를 주고, 당사자들의 회복에 어려움을 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젊은 연령층과 학생 등 사고 당사자 외에도 주변 친구들, 동년배들이 굉장히 힘들어해 여가부와 교육부에서도 사이버상담세터 등을 가동하고 있으므로 전문가와 적극 상담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에 따른 국민들의 심리적 문제가 회복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과 지원이 촉구된다. 미국은 지난 2001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참사 후 처음에는 ‘뉴욕 테러’ 등으로 표현했지만 이후 지명을 뺀 ‘9·11 테러’로 부르고 있다.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사고 현장의 지명 ‘이태원’ 대신 ‘10·29’ 날짜로 표현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