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소통과 혁신의 ‘지름길’은 기다림과 인내”
필자는 평생 야구만 사랑해온 야구인이다. 오늘 소통과 혁신에 대해 야구인으로 생각해 본다. 소통은 말이 통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통하는 것이다.
나는 늦은 나이에 미국 메이저리그에 들어가서 언어소통이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그들에게 ‘앰배서더 오브 시카고 화이트삭스’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2005년도에는 88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작년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야구장 벽면에 캐리커처도 걸리는 영광을 누렸다.
지금도 영어가 힘들지만 필자가 그들과 소통한 방법은 진심으로 다가가고 내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상대에게 보여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혁신에 대해서 보자. 혁신은 불가능하고 안 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옳다고 생각되는 일에 새롭게 도전하고 해내는 것이다. 그래서 이전보다 나은 단계가 되는 것이 혁신이라 나는 생각한다.
여러 면에서 부족하기만 한 내가 어떻게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른 미국 메이저리그에 적응했을까? 그리고 동남아시아 라오스와 베트남에 들어가 야구를 보급하고 정부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을 설득할 수 있었을까? 더욱이 이들 라오스와 베트남에 야구협회를 창설하고 대표팀을 만들어 냈을까?
필자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Never ever give up’의 마음으로 달려온 결과가 아닐까 한다. 필자의 야구인생은 52년 되었다.
필자는 프로야구 16년 동안 위장병 약을 먹었다.
최고에 대한 욕심과 1등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잠도 자지 못하고 늘 스트레스로 지냈다. 그러나 최고가 되고 나니 모든 것이 다 허무하기만 했다.
나의 삶은 오로지 최고가 되고자 하는 목표 하나로 달려 오다 보니 그것을 성취하고 나니 더 이상 목표의식이 사라진 것이다.
삼성라이온즈팀으로부터 방출돼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다가 나는 2006년 말 한국으로 되돌아왔다. 그 이듬해 SK와이번스 감독으로 2007년 5월 26일 나는 ‘팬티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 사건은 일약 세계적으로 토픽감이 되었고 그해 대한민국 10대 뉴스에 올라갈 정도였다.
나는 버락 오마바 대통령을 3번 만났다. 처음은 2000년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 삭스팀 락카에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2005년 시카고 화이트 삭스팀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고 백악관에서 만난 것이었다.
미국 최초로 흑인이 대통령에 출마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절이다. 그런 시대에 그는 2008년 미국 대통령에 출마했다. 미국 전체를 돌면서 외쳤던 캐치프레이즈가 “We can”(우리는 할 수 있다)였다.
오바마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무려 30년 동안 준비했던 것이다. 필자가 프로야구 감독을 하면서 받은 악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정말 세상에서 듣도 보도 못한 악플들은 다 받았다. 오죽 했으면 온 가족이 다 멘붕이 되어 외출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나는 리더의 중요한 자질은 ‘기다림’과 ‘인내’라고 믿는다.
필자는 SK 와이번스 감독 퇴임 후 라오스로 떠났다. 그곳에서 라오스 최초로 야구 국가대표를 선발했고, 야구협회를 창설했다. 2018년 인도네시아 아시아대회에 라오스는 사상 최초로 야구경기에 출전했다.그뿐인가? 꿈에 그리던 야구장을 건립하고 2023년 2월말에 동남아시아 최초로 야구 국제대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나의 동남아 야구 꿈은 베트남에서도 이어졌다. 2021년 4월 10일 베트남야구협회 창설하고 2022년 7월말 내셔널컵 야구대회가 열렸다. 현재 베트남에는 야구 국가대표 상비군이 조직돼 있다. 최근엔 이 나라에 야구지도자도 파견하게 됐다.
나는 이런 모든 것들이 필자의 인생 철학인 “Never ever give up”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소통은 다소 진부한 이야기 같지만 진심이 기본이다. 그리고 혁신은 새로운 길을 가보는 용기가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