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 칼럼] 정의당의 외로운 목소리
원내 제3당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정치적 위상입니다. 그러나 제1당과 제2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6명으로 원내교섭단체가 아니라 영향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반의석을 훌쩍 넘겼기에 정의당의 도움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고 있으며, 집권소수여당 국민의힘은 정의당을 백안시합니다.
존재감은 약하지만 정의당은 우리 정치가 나아갈 길에 대해 귀담아들을 만한 제안을 하곤 합니다. 당리당략이 앞서는 다른 정당들과는 달리 원칙과 약속에 어긋나지 않으려 애쓰기 때문일 겁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끝 모를 정쟁으로 충돌하는 과정에서 정부여당과 제1야당이 민생을 위해 해야 할 일도 정확히 짚어내고 있습니다.
어제(10.27) 있었던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도 정부와 여야를 향한 시의적절한 충고였습니다. 이 위원장은 여야의 무한정쟁을 “자기 진영의 최대 결집을 위해 공동체의 안녕을 파괴하는 ‘나쁜 정치’”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생을 위협하는 복지체계의 공백, 직장 내 성폭력, 산업재해”등이 무시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은주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반민주적 의회모독을 결자해지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비속어 발언’ 등 의회 모독 행위와 ‘종북 주사파와 협치 불가’ 발언 등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같은 극렬 인사 사퇴”도 주문했습니다. 또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무자비한 사정은 단 한 번도 통치의 성공을 가져온 바 없다”면서 이은주 위원장은 “사정기관을 앞세운 통치를 중단하라”는 제언도 했습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특검법 발의는 국회의 기능 정지를 불러올 것”이라며 “정치의 블랙홀이 되는 일이 없도록 ‘대장동 특검’ 발의를 중단하고 민생 현안에 집중하자”고 호소했습니다.
안타까운 건 “정치의 정상화, 정치의 부활이 절실하다”는 정의당의 외침이 바로 잊힐 거라는 점입니다. “노동자·무주택자·자영업자 권익강화와 기후위기 대응, 차별·폭력·증오의 정치를 넘기 위한 정치·사회개혁을 추진해 약자를 위한 정기국회를 만들자”는 정의당의 호소는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날카롭게 맞서고 있는 여야가 질서 있게 후퇴할 길은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지지율이 20% 박스권에 갇혔지만 당면한 정치 위기를 돌파할 뾰족한 수단이 없습니다. 사정 통치가 성공한 적이 없었다지만 칼을 휘둘렀던 자신들은 다르다는 착각의 국민의힘에게 이은주 위원장의 고언은 들리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