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 김일훈 45] 이승만 대통령과 마주한 외로운 선구자
인산 죽염으로 잘 알려진 인산 김일훈(1909~1992) 선생은 각종 암치료 신약을 발명하다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해방 후에는 독창적인 한방 암치료를 설파하며 난치병 환자를 평생 치료했다. 선생은 만성 질환으로 병원을 들락거리는 일이 없는 세상, 육신이 파괴되는 질병의 고통이 사라지는 세상, 암 환자 발생이 1%대로 낮춰지는 세상, 80대 노인들이 20대 청년들과 함께 일하며 낙원을 만드는 꿈. 이는 선생과 셋째 며느리로 인산 김일훈 문하에서 선생의 묘수, 비법을 전수받은 최은아 한의학박사의 바램이다. <아시아엔>은 최은아 박사가 쓴 <인산 김일훈 선생 전기 의황(醫皇)>을 연재한다. 독자들의 애독과 건강 증진에 보탬 되길 바란다. <편집자>
해방 후 미군정 기간을 거쳐 건국과 함께 이승만 대통령이 새 주인으로 들어앉은 경무대(景武臺, 현 청와대) 정문 쪽으로 다가가며 인산(운룡의 호)은 자기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토했다.
‘이 나라에는 대통령의 관저 자리 하나 제대로 잡아줄 사람이 없단 말인가? 조선 왕조 5백년간 그토록 모진 꼴을 당했으면 이제 정신을 차릴 법도 하건만, 여전히 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이 저 자리에 들어앉아 온갖 사기(邪氣)를 다 받으며 지내고 있으니 장차 이 나라에 닥칠 재앙이 걱정이로구나.’
인산이 올려다 본 북악산(北岳山)의 봉우리는 반듯하게 용틀임하며 오르던 주능선의 방향에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북동쪽을 향해 그 머리를 외면한 형상으로 서 있었다. 적어도 모체산(母體山)이라고도 불리는 주산(主山)이라 하면 그 온몸으로 혈처(穴處)를 감싸 보호하고 자애로운 어머니가 고개를 숙여 그 아기를 내려다보듯(主山垂頭) 하여야 하거늘, 그처럼 꼴도 보기 싫다는 모습으로 앵돌아져 있어서는 혈처에 주산으로서의 역량(力量)을 결집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북악산 뒤의 삼각산(三角山)에서 보면 경무대와 경복궁에 이르기까지 깊은 골이 패여 있어, 그곳이 골육상잔의 비극을 불러올 지세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런 까닭에 개국 시에 첫 왕궁으로 경복궁을 창건한 조선 왕조는 개국한 지 10년도 못 되어 ‘1, 2차 왕자의 난’이라는 골육상잔과 정종(定宗)의 양위(讓位), 세조(世祖)의 왕위 찬탈, 단종(端宗)의 죽음 등을 잇달아 겪었고, 경복궁 터 자체는 7년간의 임진왜란으로 불타 그 후 2백70년간 폐허로 방치되었으며, 정묘·병자호란 등의 외침을 비롯하여 광해·연산군의 폭정에 이은 폐출(廢黜) 등 국란(國亂)이 계속되었었다. 조선 왕조의 왕위(王位) 계승에 있어서도 적자(嫡子)에 의한 예가 적은 것도 그런 연유이거니와, 그와 같은 역사를 통해서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흥선 대원군이 경복궁을 다시 짓는 바람에 국모(國母)가 일인 깡패들에게 시해되고 마침내 국권을 일본에게 빼앗기는 민족적 비운을 초래하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나라를 영구히 집어삼키려는 야욕을 지녔던 일제는 경복궁의 앞을 가리는 자리에 조선총독부를 세울 때, 하늘에서 내려다볼 경우 ‘대(大)’ 자 형상을 그리는 북악산에 맞추어 총독부 건물은 ‘일(日)’ 자 모양을 띠게 지었고, 경성부 청사(현 서울시청) 건물은 ‘본(本)’ 자의 구조로 설계해 그야말로 ‘대일본(大日本)’이라는 글자 장난까지 해놓는 것도 모자라 북악산에서 경복궁으로 내려오는 그나마의 용맥(龍脈)을 끊어 조선의 정기를 눌러버리겠다는 생각으로 그 중간에다 총독 관저를 지었다. 그와 더불어 북악산의 주맥(主脈)이 흘러 생기처(生氣處)를 이루는 곳에 세워졌던 조선의 정궁(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어버리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아무튼 일제가 총독 관저 자리를 잡을 때에는 조선의 내로라하는 풍수사들을 불러 모아 요지(要地)를 점찍게 했는데, 그때 나라를 빼앗긴 한을 가슴에 품고 있던 풍수사들이 일부러 용맥에서 약간 비껴난 자리를 잡아주었고, 그로 말미암아 그곳의 주인으로 들어온 조선총독들은 대부분 비운을 겪거나 말년에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다시 말해서 총독 관저가 있던 자리, 즉 경무대가 있는 자리는 흉가의 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새로이 건국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그 자리에 들어가 살고 있으니, 인산이 보기에도 안타까움과 걱정이 앞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할 일이었다.
그날 인산을 경무대로 이끌어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한 사람은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 분이었던 이명룡(李明龍) 선생이었다. 모든 분야에서 국가의 기틀을 세워 나갈 때이니만큼,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고 염려하는 지사들은 모든 역량을 모아 정부로 하여금 최선의 정책을 수립하도록 협조하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었다. 이명룡 선생도 그중의 한 분으로서, 그동안 인산으로부터 들어온 신의학의 놀라운 내용을 국가의 보건의료 정책에 반영한다면 국민 건강을 위해 대단히 유효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대통령께 인산을 소개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들이 경무대를 방문할 때에는 이 대통령과 의형제를 맺은 사이였던 최영호 선생도 동행했으며, 이 대통령과의 면담 석상에는 이시영(李始榮) 부통령도 배석하였다.
자리에 앉자 이명룡 선생은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그 견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제적인 인물로서의 인산이 지니고 있는 의술에 대해 대통령에게 간단히 설명하였다.
“각하, 여기 이 사람 인산은 참으로 독특한 의학의 세계를 지니고 있는 소중한 재목입니다. 지금 문명세계에서는 유럽에서 발달해 온 서양의 의학체계를 인류의 건강 유지와 질병 퇴치의 보편적인 원리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만, 인산이 열어 나가고자 하는 새로운 의학의 세계는 서양의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탁월한 원리와 효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 사람 인산이 품고 있는 의학체계는 천지가 운행되는 기운에 따라 형성된 삼라만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중의 하나에 속하는 인체가 건강을 유지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또 감염·중독 등에 의해 체내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에는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줍니다. 저의 좁은 식견으로는 우리나라의 보건 의료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인산의 의학체계를 가히 그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통령은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대어 앉은 채 빙그레 웃음 띤 얼굴로 이명룡 선생의 말을 경청하였다. 인산은 노(老) 대통령의 입가에 번지는 미소와 동시에 그의 상(像)에서 ‘합리성’이라는 각질(角質) 안에 웅크린 채 그 바깥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 우유부단함을 함께 보았다. 미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이 대통령이기에 그 생각의 흐름에 있어서나 판단 기준을 세우는 데 있어서는 매우 ‘서양적’일 것은 알아보나마나 한 일일 것이다.
“오, 인산에 대해서는 나도 들은 바가 있습니다. 지난번에 내가 독감에 걸려 고생할 때 인산이 영호 아우님을 통해 보내준 첩약을 먹고 거뜬히 나았던 일이 있었지요.”
이 대통령은 특유의 느릿느릿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인산은 얼마 전 최영호 선생의 부탁에 따라 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독특한 처방인 해독감기탕 두 첩을 조제해 보낸 일이 있었다. 그때 이 대통령은 주치의가 처방한 양약(洋藥)을 끊고 인산의 해독감기탕을 복용하여 한 첩만에 그 지독한 독감이 떨어져 나간 경험이 있어 신통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 인산은 국민 보건의료 정책은 어떤 견지에서 시행해 나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지 한번 말씀해 보시오. 나로서는 이것저것 생각해야 될 것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국민 건강이 최우선이라면 최우선일 테니, 인산은 나라를 위해 좋은 의견이 있다면 서슴지 말고 얘기해 주시오.” 이 대통령이 호의를 품은 목소리로 말했다.
인산은 평소 지니고 있던 생각을 단도직입적으로 명료하게 피력하였다. “지금 우리 나라의 근간이 될 보건의료정책은 먼 미래를 보고 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보건의료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무조건 서양의학만을 따를 것이 아니라, 동양의학의 장점까지 두루 포괄할 수 있는 지혜로운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서양 의학의 장점을 두루 망라한 통합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또한 그런 동서양 통합의과대학을 만들어 발전시켜나간다면 우리나라가 세계 인류 무병건강촌을 실현할 수 있고 자손만대에 대한민국이 세계최대의료강국이 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인산이 확고한 신념으로 자신있게 말하였으나 노대통령에겐 귓가에 맴도는 무의미한 말 에 불과한 것 같았다. 미국을 선진국으로 여기며 평생을 살았고 미국에 의지하며 일생을 산 인물이 아니던가. 미국이 세계 최고라고 여기는 이에게 한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의료강국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인산이 말하는 동안 가늘게 뜬 눈으로 주시하며 듣고 있던 대통령은 다시 만면에 외교적인 웃음을 띠며 말했다.
“과연 훌륭한 생각이오, 인산. 하지만 내가 보기에 동양의학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補)하고 사(瀉)하는 데에서 그 한계가 지어지는 것 아니겠소? 반면에 서양의학은 오랜 역사를 배경으로 외과적(外科的) 부문에서 눈부신 발전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과학을 바탕으로 제약 부문에서도 엄청난 발전을 이룩한 것이 사실 아니겠소? 비근(卑近)한 예로, 각종 백신이나 예방주사를 통해 예전에는 인간에게 재앙이라고 할 만큼 무서웠던 전염병들도 예방할 수 있게 되었고 말이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험산준령은 이 나라의 대통령인 이 박사에서부터 시작되겠다는 생각에 인산은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 정도에서 하릴없이 물러설 인산이 아니었다.
“각하, 서양의학은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전부라고 여기는 근시안적인 사고를 지녔습니다. 이 세상에서 우주든, 생명체든 기계로 볼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이고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은 아직 전 우주와 생명현상을 볼 수 있을 정도가 아닌 미개한 수준입니다. 무한히 넓은 우주와 지극히 신묘한 생명현상 중에서 극히 일부밖에 볼 줄 모르는 자들이 어리석게도 자기들이 다 본다고 착각에 빠져 있을 뿐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인 줄 아는 무지한 자들에게 소중한 국민건강과 생존을 맡겨서는 안됩니다. 특히 서양은 석유화학문명이라 살인핵을 만들어내는 곳이고 동양은 사람을 살리는 활인핵이 나오는 땅입니다. 현대기술이란 땅속의 석유를 파내 이룬 석유화학문명이라 땅속의 화독을 지상으로 끌어내어 공간의 독성과 상합하여 앞으로 지구촌엔 화독이 극성하게 되어 인류에 큰 재앙이 오게 될 것입니다. 화독이 극성하게 되면 모르게 모르게 살이 녹고 뼈가 녹게 되는 일도 생기고 길 가다 죽고 자다가 죽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발생할 것입니다. 그러한 미래를 예측하여 한국 땅의 수정수기로 화독을 대비할 수 있는 의학을 마련해놓아야 인류를 재앙으로부터 구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중심점이 되어야 앞으로 인류 건강과 생존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망안산의 호랑이도 영력(靈力)에 있어서는 인산을 당할 수 없다고 스스로 느꼈기 때문에 인산에게 근접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어떤 영력을 지녔기에 인산의 말에 들어 있는 참뜻을 헤아리지 못한단 말인가? 그것은 영력에 있어서는 이 대통령이 눈먼 장님과 같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인산을 알아볼 수 없었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좀더 자세히 말해 주겠소?”
단지 대화를 이끌어가기 위한 대화라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었지만, 인산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그 순간과 같이 절벽을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을 무수히 겪게 될 것이란 생각에서 침착하게 답변하였다.
“우주와 삼라만상, 특히 우주와 인체의 감응(感應) 원리를 모르는 채 단지 대증(對症) 치료에 급급하다고 할 수 있는 서양의학의 한계를 말씀드린 것입니다. 질병이라는 본체(本體)를 다루지 못하고 질병의 말초에 드러난 현상만을 다루는 서양의술로는 분명히 소생시킬 수 있는 환자들도 무고하게 희생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서양의 의술이 질병의 대증 치료에는 빠른 효과를 나타내 보일 수 있으나 원인 치료, 즉 근원적 치료에는 주목하고 있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교각살우(矯角殺牛) 식으로 한 가지 증세를 완화시키려다 열 가지 중증(重症)을 야기하는 예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대통령과 인산의 열띤 대화를 지켜보는 이명룡 선생과 최영호 선생은 간간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인산의 논지(論旨)에 수긍을 표시하고 있었다. 비록 대화의 일치점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으나, 대통령으로서는 인산으로부터 흔히 접할 수 없는 귀중한 얘기를 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산이 하시는 말씀 잘 들었소. 앞으로도 종종 이곳에 오셔서 좋은 얘기 많이 들려주었으면 하오. 아무튼 얘기를 하던 끝이니 내 한 가지만 물어봅시다.”
그렇게 운을 뗀 대통령은 향후 세계 의학계가 공히 지향해 나가야 할 목표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인산에게 물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인산이 어린 시절에서부터 염두에 두고 생각한 문제였으므로,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할 수 있었다.
“현대의 서구를 중심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물질문명은 그 부산물로 막대한 공해독을 대기와 물에 쏟아놓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 정도가 미미하여 아무도 심각성을 모르는 채 그저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좇아 줄달음을 치고 있는 현대 문명은, 지금 추세로 간다면 반드시 이 지구와 인류를 막다른 낭떠러지로 내몰고 말 것입니다. 거기에다 우리가 알다시피 미국이나 소련을 위시한 강국들은 전례에 없던 군비 경쟁, 그것도 핵무기 같은 가공할 무기들을 양산하느라 막대한 국력을 쏟아 부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지금까지의 그 어느 시대보다도 건강과 생존을 유지하기에는 가장 나쁜 환경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공해와 화공약독은 공기와 물을 오염시켜 그 속에 미만(彌滿)해 있으면서 생명을 지닌 것들의 생기를 지켜주는 각종 활성 분자들을 무력화 내지 소멸시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난치병들을 발현시킬 것입니다. 따라서 세계의 의학계는 환경을 깨끗이 보존하여 공간 색소 중의 약 분자들을 다각도로 연구하여 활용해야 하며, 그것들을 합성하여 갖가지 질병을 퇴치할 수 있는 활인핵(活人核)을 생산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살인핵(殺人核)을 사용하는 무기의 생산을 억제하는 노력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현대인들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학계가 잠시도 잊어서는 아니 될 절대 과제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끝내고 경무대를 나서는 인산의 마음은 시원하게 뚫려야 할 곳이 꽉 막혀 있다는 답답함을 느꼈다. 물론 그 짧은 면담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국가 정책에 곧바로 반영시킬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었다. 하지만 최소한의 관심은 보여줄 줄 알았다. 그리고 향후 뭔가 일을 할 수 있는 빌미 정도는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세상은 언제나 ‘기존의 검증된 것’에만 후한 점수를 주게 마련인가 보다. 아니, 어쩌면 그게 ‘보편적인 안전성’을 확보하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믿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처세 본능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현상만으로 ‘증명’을 구할 뿐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는 심증으로는 인정이 된다 하더라도 무조건 ‘비과학’으로 치부해 버린다. 그래서 인산 자신이 셀 수도 없는 경우에 도달한 치료 성공의 사례는 일종의 ‘우연’이나 ‘비과학적인 기적’ 정도로 치부되기 일쑤였을 뿐이다.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알고 있는 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어려운 것이로구나!’ 인산은 혼자만의 생각으로 깊게 한숨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