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파노라마②] 거대 양당 뼈를 깎는 심정으로 거듭나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

 

정치를 색깔로 표현한다면 무슨 색이 가장 들어맞을까요. 이렇게 물어본다면 아마도 우울하고 차가운 이미지의 잿빛이라고 대답하는 시민들이 많을 겁니다. 시민에게 입력되어 있는 정치에 대한 이미지가 오랫동안 사생결단의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같은 ‘고장 난 불량정치’라 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이 정치에 대해 갖는 인식이 어떤 수준인가는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납니다. 실태조사는 사회통합 수준에 따른 정책적 대안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로 2013년부터 해마다 실시되는 국가숭인통계입니다. 올해 3월 22일에 발표된 2021년도 ‘사회통합실태조사’는 2020.9.1.부터 2021.8.31.까지 조사한 결과입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은 4점 만점에 2.4점으로 보통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기관에 대한 신뢰도 조사는 의료 기관을 가장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교육기관, 금융기관, 지방정부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의료기관과 지방정부의 신뢰도가 높은 건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대한 시민의 긍정적 평가로 보입니다.

신뢰도가 가장 낮은 기관은 국회였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검찰, 법원, 신문사, 경찰 순으로 낮았습니다. 신뢰도는 전체적으로 조심씩 높아지고 있지만 순위는 그 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정치에 대한 낮은 관심이 국회 신뢰도 꼴찌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 다음으로 신뢰도가 낮은 검찰 출신이 주축인 현 정부에 대한 내년도 평가가 궁금해집니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신뢰도가 바닥인 까닭은 무엇일까요? 정치가 낙후되었다는 인식, 정책결정과 인사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인식, 정치가 파행으로 얼룩졌다는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하면 정치와 선거가 난장판이 되었다는 부정적 인식이 시민을 정치불신과 정치무관심으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시민들이 곱지 않게 바라보는 정치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렇게도 정치가 문제가 많은 것이라면 아예 정치를 포기해 버리고 돌아보지 않는 것이 바른 태도일 겁니다. 그러나 정치를 욕하더라도 아주 외면해 버리면 안 됩니다. 그것은 정치가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고 내일의 꿈을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 설령 오늘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내일이면 해결된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바로 정치입니다. 그런데도 정치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것은 그 동안 우리 정치가 이런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문제를 만들어냈고, 희망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절망에 빠뜨려왔습니다.

지금은 정치불신과 무관심에 머물고 있지만 정치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면 시민이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니, 욕하는데 그치지 않고 증오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낡은 정치의 개념과 틀을 깨뜨려야 합니다. 새로운 정치의 패러다임을 만들고, 시민에게 박수를 받는 정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영국 역사학자 폴 케네디(P. Kennedy)는 이미 30여년 전에 『강대국의 흥망(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이라는 책에서 건전한 경제와 함께 건전한 도덕적 기반을 갖춘 사회가 앞으로 미래의 세계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혁신과제를 안고 있는 정당이 귀담아 들어야 할 지적입니다.

잇달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지만 국민의힘은 발 빠르게 혁신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잇단 패배로 정권과 지방권력을 넘겨준 더불어민주당도 새로운 비대위를 꾸렸습니다. 두 당 모두 뼈를 깎는 심정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정치가 시민에게 다가가느냐, 아니면 멀어지느냐 하는 건 전적으로 쇄신의 정도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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