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묵상] 열등감에서 비롯된 열정
사람은 사명감이 불타올라도 열정적이 되지만 열등감이 불타올라도 열정적이 됩니다. 그 사람의 열정만을 보고 일을 하는 동기를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울 왕이 재임기간 동안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국책 사업은 무엇이었을까요? 다윗 잡는 일이었습니다. 사무엘상 24장 2절입니다. “사울이 온 이스라엘에서 택한 사람 삼천 명을 거느리고 다윗과 그의 사람들을 찾으러 들염소 바위로 갈새”
사울의 꿈과 목표는 분명했고 그는 누구보다 열심이었습니다. 적어도 그는 그 일을 사명으로 여기지 않았을까요? 반역자를 처단하는 일은 왕권을 강화하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여단급 부대를 투입하기에도 명분이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사울이 그토록 열심을 내는 이유는 “사울은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 이 평가의 주어를 뒤바꾸기 위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다윗이 천천, 사울이 만만’이라고 말했다면 그는 다윗을 충성스러운 부하로 여겼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어떤 일에 열심을 내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열심이고 꾸준한지 생각해 봅니다. 내 열심의 근원이 열등감이나 우월감과 맞닿아 있지는 않을까요? 물론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은 마음이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하지만 신앙생활을 하는 동기마저도 그렇다면 진지하게 재고해 봐야 할 일입니다.
예수님 당시의 바리새인들은 남들에게 좋은 신앙인이라고 평가받는 것이 중요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기도에 열정적인 것도, 구제와 봉사에 열심을 내고, 금식을 꼬박꼬박 하는 것도 종교적 우월감의 충족일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겸손하다고 인정받고 싶어서 겸손해질 수도 있습니다. 교만하다는 얘기보다는 겸손하다는 얘기가 훨씬 듣기 좋으니까요. 그런데 진짜 겸손한 사람은 자신을 교만하다고 평가하는 말에 수긍하는 사람 아닐까요?
그리고 좋은 교회, 건강한 교회에 출석하며 가지는 자부심도 종교적 우월감과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저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이죠. 뭐가 다른가요? (#잠깐묵상 본문 사무엘상 24~25장)
석문섭 목사의 오디오 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