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이쁜말’···어디서 누구에나 어울리는 ‘저, 제, 저희(들)’

영화 나랏말싸미 포스터. 세종임금이 한글을 창제한 까닭이 뭘까? 오늘 모처럼 곰곰히 명상해보자 

[아시아엔=법현 열린선원 원장]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역촌중앙시장 골목길은 쌍방통행길이다. 동쪽으로 난 길은 좌회전과 직진은 상대편 일방 통행이라 통행불가이고 우회전만 가능하다.

서쪽으로 난 길은 삼방 진출이 가능하니 사방 출입이 된다. 우회전 길은 일방통행이다. 표지판이 붙어있지만 보는 방향에 따라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운행하면서 일방통행이라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잘 알고 오는 상대방 운전자에게 크락숀을 항의하듯 크게 울리거나 욕을 하거나 차 세워놓고 싸우기까지 한다.

나는 남들에게 표시가 나는 신분이라 가끔 중재형 교통정리를 하는 편이다. 이른바 ‘오지라퍼’다. 그런데 잘 몰랐으면서 오히려 화를 내고 욕까지 한다. 약품 운반 차량이었는데 “스님이 사기치지 말라”는 소리까지 하였다.

그래도 나는 시장길이 복잡하지 말라고 수신호로 소통이 되게 정리했다. 빨리 가려고 내 수신호 따르더니 비키면서 상대 운전자에게 들리라고 사이드 도어 내리고 쌍욕을 해댄다. 운전도 인격인데 망신 시킨다. 혼 좀 내줄 것을 그랬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켜보던 가게 사장이 “혼내주시지 그랬냐”고 웃는다. “그럴 걸 그랬나요?” 하면서 나도 웃었다.

좋은 말을 하고, 쓰는 것이 좋다. 누구나 안다. 말투도 그렇다. 나쁜 말이나 욕설만 인격을 손해보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의도를 가져서 시작한 말이지만 그렇게 들리거나 보이지 않는 말도 있다.
잘 골라쓰기가 쉽지 않다.

임금이 스스로 낮출 때 쓰는 말이 덕이 낮고 식견이 모자라다는 뜻으로 과인(寡人)이라는 말을 쓴다. 목에 힘주고 쓰는 순간 겸손하지 않다. 그런 말들이 많다.

“모자란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마는”도 으레 쓰는 말이지만 효과는 별로다. 스님이 스스로를 낮출 때 옛날에는 빈도(貧徒)라는 말을 썼었다. 꽤 오래 전부터 소승(小僧)이라는 말을 쓰고들 있다.

큰스님(大師, 長老, thera)라는 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승려라는 뜻일 게다.
소인(小人, 쇤네)이나, 소승이나 이제는 ‘저, 저희, 제’라는 말을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자기를 높이는 오만과 자기 존재를 긍정하는 자긍과 자기를 낮추는 겸손과 더 낮은 비굴심은 뿌리가 같은 말이다. 제대로 쓰지 않으면 속 마음이 제대로 전해지기보다 오해 사기가 더 쉽다.

그저 어디나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말은 저, 제, 저희(들)이다. 다만, 확실히 관계가 낮은 사람, 낮은 사람들에게는 쓰임새가 반반일 것이다.

얼굴 맞대고 하는 말도 그렇고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마찬가지다. 말 옮기거나 댓글 달 때 인격을 담는다. 운전할 때도 물론 마찬가지다. 운전도 인격이다. 운전할 때 쓰는 말, 쓰는 기술도 인격의 표현이다. 급 제동, 급 출발, 막 끼어들기, 끼어들지 못하게 위협적으로 막기…

마음, 말, 행동으로 다 나타난다. 운전은 아니라는 말 잘못된 말이다. 운전대 잡으면 다 똑같다는 말도 그렇다. 요즘은 “스님들 다 그래요” 소리도 듣는다.

시대 흐름 따라 들을 수 있는 소리라도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말라 하며 아쉬움을 가진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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