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툰즈’ 구수환 감독의 ‘부활’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영화 <부활>은 이태석 신부의 사랑과 헌신이 아프리카 제자들을 통해 희망의 불로 살아나는 감동을 구수환 감독이 그려냈다.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부활의 의미를 깊게 생각하게 한다.
영화를 연출한 구수환 감독은 기독교인도 천주교신자도 아닌 불교신자다. 그는 은퇴자금을 털어 영화를 제작하였다고 한다. 그는 가톨릭 사제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를 연이어 제작했다. 그는 시사 피디 출신임에도 따뜻한 사랑을 담은 영화를 만들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2021년 3월 26일 SBS의 프로에서 영화 <울지마 톤즈>에 이어 <부활>을 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말했다.
이태석 신부의 형, 이태영 신부가 2019년 59세 나이로 선종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깡마른 모습으로 저를 불러 두 가지 유언을 남기셨어요. 하나는 ‘이태석재단’을 계속 이끌어 달라. 다른 하나는 이태석 신부 선종 10주기에 동생의 삶을 정리해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태석 신부의 삶을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하던 차에,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에 작은 학교를 짓고 가르쳤던 어린 제자들이 생각났습니다.
남수단에 찾아갔더니 의사이거나 의대생이 된 제자가 무려 57명에 달했습니다. 남수단 작은 톤즈 마을에 신부님이 지은 허름한 학교에서 6년만에 국립대 의대생 57명이 나온 것입니다. 그 작고 가난한 마을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후 공무원, 대통령실 경호원, 언론인까지 모두 70명의 제자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아이들이 먹고 살기 위해 의사가 된 것이 아니라 신부님 때문에 의사가 됐고, 신부님처럼 살아가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제자들이 병원에서 진료하는 모습을 보니, 먼저 ‘어디가 아프세요?’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환자 손부터 잡는 거예요. 가는 곳마다 손을 잡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뒤 진료를 하기에,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제자들이 ‘이태석 신부님이 해오던 진료 방법입니다’라고 답하더군요. ‘아이들이 신부님의 삶을 그대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 기뻐서 영화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은 이태석 신부 제자들이 한센인 마을에 가서 봉사 진료를 했어요. 60명 정도 사는 마을인데 환자 300명 정도가 모였어요. 의사가 없으니 주변 마을에서 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거예요.
제자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쫄딱 굶으며 진료를 했지요. 어느 환자는 12년 만에 진료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환자에게 ‘의사가 당신 손을 잡았을 때 기분이 어땠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이태석 신부님이 저희 곁에 돌아온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제자들은 ‘신부님이 우리 옆에 계신 거 같았습니다. 신부님 일을 우리가 대신해서 너무 기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단순히 제자들이 좋은 일을 했다는 게 아니라, 이태석 신부의 사랑이라는 것이 제자들을 통해서 계속 이어가는구나, 이것이야말로 부활의 의미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영화 제목은 <우리가 이태석입니다>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제목을 <부활>로 바꿨습니다. 제가 이태석 신부에게 빠져든 것은 단순히 그분의 봉사 때문이 아니라,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다가간 방식’ 때문이었어요. 그것을 우리 사회에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한센병 환자들은 고통 속에서도 신부님 이야기만 꺼내면 환하게 웃었습니다.
저는 이태석 신부를 존경스럽게 만들거나, 그를 보고 감동받게 하려고 의도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살았던 삶은 누구든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삶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영화 <울지마 톤즈>에서는 이태석 신부의 삶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가’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서번트 리더십’으로 경청하고, 공감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는 삶이 이태석 신부의 인생이었지요. 아이들은 이태석 신부의 삶을 따랐고, 결국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 뒤, 이태석 신부와 같은 삶을 사는 감격스러운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이태석 신부의 몸은 이 세상에 없지만 아프리카 젊은이들을 통해 수많은 이태석으로 부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