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79]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사면복권
일찍이 이런 대선은 없었다는 지적들이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최선의 후보를 뽑아야 하는데, 어떻게 된 게 이번 대선은 최악의 후보를 뽑지 않도록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한탄도 나옵니다. 심지어는 최악의 경우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 모두 물러나고 다른 후보들로 대선을 치르는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기상천외한 이야기까지 떠돕니다.
두 후보 모두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시민도 있을 겁니다. 특정한 후보나 정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시민들에게는 다른 후보의 문제만 유독 두드러지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어느 대선도 문제가 별로 없는 좋은 후보들만으로 치러진 적은 없었습니다. 그랬다면 직전 두 대통령이 모두 옥살이를 하고 있겠습니까?
두 후보 모두 소속정당의 절차에 따라 경선을 거쳐 후보로 선출되었습니다. 당원의 판단(이른바 당심)과 지지자들의 판단(이른바 민심)을 다 거친 겁니다. 물론 우수한 품질인 줄 알고 샀는데 알고보니 불량품이라면 A/S를 받거나 리콜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의혹들이 아직 법의 판단을 받은 게 아니므로 리콜(후보 교체)까지 거론하는 건 성급합니다.
두 후보에게 나라 살림을 맡길 수 없다고 한숨을 쉬면서도 시민들은 제3의 후보들에게 눈길을 주고 있지 않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열심히 뛰고 있고, 무소속으로 뛰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있습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바로 어제 ‘새로운물결’을 창당했습니다. 이들 모두 시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3의 후보들 가운데 대안을 찾을 수 없다면 결국 이재명 윤석열 후보 가운데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누가 덜 나쁜가’라는 네거티브 선택을 하는 시민들도 있을 겁니다. ‘누가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까’라는 포지티브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오십보백보라며 투표를 포기하면 더 나쁜 후보나 더 일 못하는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전직 대통령이 사면복권되거나 대상으로 거론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기만 바랄 뿐입니다. 법무부가 신년 특별사면대상자 선정을 위해 오늘과 내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엽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포함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이낙연 전 총리가 올해 초 사면을 거론했다가 역풍을 맞은 걸 생각하면 내년 대선을 앞둔 사면은 어려워 보입니다.
사면복권은 대통령 권한이지만 조심스럽게 행사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전·노사면입니다. 1997년 오늘 김영삼 대통령이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지위는 박탈당함)을 사면 복권시켰습니다. 전날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 후보는 물론 이회창·이인제 후보 모두 전·노사면을 공약했습니다. 전·노 사면복권에 대한 시민의 평가는 다소 부정적이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직후 ‘5.13 특별담화’에서 ‘12.12사태’를 ‘쿠데타적 하극상’이라 규정하고 ‘문민정부는 5.18 연장선에 있는 민주정부’라고 5.18 민주화운동을 재평가하면서도 전두환·노태우 평가는 역사에 맡기자며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검찰도 군사반란행위라 인정했지만 불필요한 국력소모를 거론하며 12.12를 기소유예 처분했습니다.
또 검찰은 5.18 수사 결과 “성공한 쿠데타(내란)를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로 전두환 노태우를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검찰의 ‘공소권 없음’은 부당하며 성공한 쿠데타도 형사 처벌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그 뒤 전두환 노태우는 12·12 군사반란과 5·17내란, 불법적 비자금 조성 등으로 옥살이를 했고 사면복권을 받아 풀려났습니다.
올해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모두 세상을 떠났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이 저지른 끔찍한 역사적 범죄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았습니다. 노태우의 경우 아들이 사후에 대리사과를 했고, 전두환의 경우는 그마저도 없었습니다.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거나 공과가 있다는 대선 후보들의 발언을 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