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77] 이재명·윤석열의 가족 리스크와 ‘타산지석 이회창’

15, 16대 대선에 나온 이회창 후보

D-77. 어제는 안개가 짙게 끼었습니다. 대선 기상도도 여전히 짙은 안개속입니다.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박스권에 갇혀 치고나가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여기에 ‘가족 리스크’라고 하는 미세먼지가 두 후보 앞에 자욱하게 끼었습니다. 게다가 윤 후보에게는 이준석 대표가 선대위에서 손을 떼는 돌풍까지 덮쳤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가족 리스크는 아들 리스크입니다. 아들의 불법도박 의혹에 대해 이 후보는 바로 의혹을 인정하면서 사과했습니다. 이 후보 아들도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면서 책임을 지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이 후보는 부인했지만 성매매 의혹까지 제기되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다소 힘 빠진 공격으로 보입니다.

경선 때부터 윤 후보를 괴롭힌 ‘본부장리스크’는 일단 부인했다가 문제가 확산되면 적당히 사과하는 식의 어설픈 대처로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윤석열 후보 발등의 불은 끊이지 않고 있는 ‘부인 리스크’입니다. 부인과 본인 자신의 거듭된 사과에도 허위 경력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마지못해 고개를 떨구었기에 시민과 지지자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잇단 헛발질로 호미로 막을 수도 있는 걸 가래로 막아야 되는 악성 이슈가 되고 만 셈입니다.

이준석 대표가 선대위에서 손을 뗀 것도 후보 부인 허위 경력 의혹 대처방식을 둘러싼 의견 대립 때문입니다. 선대위 구성, 인재 영입, 정책노선 등을 놓고 벌어졌던 윤석열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이 다시 폭발한 겁니다. 진솔한 해명과 신속한 사과를 바라는 이 대표와 김종인 위원장과는 달리 윤 후보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입니다.

가족 리스크로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와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잇달아 떨어진 이회창 후보의 사례가 윤석열 후보 캠프에는 타산지석으로 보이지 않나 봅니다. 병역비리는 병무부사관이던 ‘김대업’을 동원한 정치공작이었고 김대업은 유죄판결로 실형을 살았다고 기억하는 시민이 많을 겁니다. 김대업의 폭로는 제16대 대선 때 일입니다.

이회창 후보는 제15대 대선 때 이미 아들 리스크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떨어졌습니다. 낙선의 가장 큰 요인은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의 독자출마인데 이인제 후보가 처음부터 경선에 불복한 건 아닙니다. 병역비리로 이회창 후보 지지도가 급락하니까 후보교체를 요구하다가 독자출마한 겁니다. 이인제 후보는 493만표(득표율 18.2%)나 획득했습니다.

사상 최소표차(29만표, 1.6%)로 떨어진 이회창 후보의 결정적 실수는 아들 병역비리 문제가 불거졌을 때 신속하게 사과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합법적인데 뭐가 문제냐”라고 반응하지 않고 “소중한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님들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면 지지도 급락과 이인제 탈당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똑같은 실수가 제16대선에서도 되풀이됩니다. 꺼진 불인 줄 알았던 아들 병역비리 불씨가 살아났습니다. 이때 등장한 병무관련 부사관이던 김대업씨는 병역비리 관련 허위사실 유포로 실형을 살았습니다. 그가 실형을 산 건 “신한국당이 아들병역비리 관련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주장이 허위사실이라는 것이지 병역비리가 없었다는 건 아니었습니다.

윤석열 후보에게 장모 리스크까지 더해졌습니다. 어제 서울고법에서 요양병원을 편법으로 운영하면서 수십억원대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로 장모 재판 2심이 열렸습니다. 검찰은 징역 3년의 실형을 구형했습니다. 장모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장모 10원 한 장’ 발언의 윤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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