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75] 대선후보한테 최고로 받고 싶은 성탄선물은?
하늘엔 영광, 땅 위엔 평화.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기독교 신자나 가톨릭 신자가 아니어도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연말연시와 맞물려 있어 크리스마스에는 시민들의 마음이 다소 들뜨기도 합니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화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라앉은 듯합니다.
크리스마스 하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건 바로 선물입니다. 붉은 코의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고 온 산타클로스가 굴뚝으로 들어와 머리맡에 걸어둔 양말에 놓고 가는 선물은 전세계 어린이의 공통 소원입니다. <작은 아씨들>의 지은이 미국 소설가 루이자 메이 올컷도 “선물이 없다면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가 아닙니다.”라고 했지요.
활기를 잃어버린 크리스마스에 시민들이 대통령 후보들로부터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대통령 후보로부터의 선물이니만큼 시민들이 특정한 물건을 원하진 않을 겁니다. 아마도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이 되겠지요. 그저 멋있기만 한 장밋빛 공약이 아니라 시민이 간절히 바라고 대통령이 꼭 해야 하는 그런 약속 말입니다.
시민들마다 후보로부터 듣고 싶은 약속은 다 다를 겁니다. 제각기 놓여 있는 상황이 다르니 듣고 싶은 약속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보면 ‘희망’이 되지 않을까요? 올해는 힘들었지만 내년에는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줄 수 있는 약속을 시민들은 후보들로부터 듣고 싶을 겁니다.
코로나19의 조속한 종식이 시민들, 아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온 인류 공통의 가장 큰 희망일 겁니다. 코로나19 종식은 후보들이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코로나19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수 있다는 희망만은 주어야 합니다. 최선의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에 대해선 최대한 보상해줄 거라는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에 대해 잘 대응한 나라로 인정받았습니다. 인구 대비 확진자와 사망자도, 경제적 어려움도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시민활동의 규제와 봉쇄는 다른 나라들보다 덜했습니다. 시민들이 집밖에 함부로 다니지 못하도록 하거나, 규제와 봉쇄를 위해 경찰과 군대까지 동원한 나라들도 많지 않았습니까.
최근 국민의힘은 K-방역이라 불리며 전세계의 부러움의 대상이 된 방역에 대해 정치공세의 수준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방역을 잘했다는 평가가 높습니다. 1년 전 총선에서 ‘우한폐렴’이라 명칭을 고집하며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을 집중 공격했다가 실패한 기억을 벌써 잊은 모양입니다.
윤석열 후보가 정치신인이지만 ‘윤석열 현상’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지지도가 매우 높습니다. 박근혜 탄핵 이후 바닥을 기던 국민의힘 정당지지도도 많이 높아져 한동안은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를 여유있게 앞지르기도 했습니다.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윤 후보나 국민의힘이 시민에게 희망을 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부 비판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이런 비판은 문재인 정부 정책을 모두 뒤집는 약속으로 이어집니다. 부동산대출규제 완화,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원전 건설 재개 등에 시민이 환호할 거라고 믿는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윤 후보 지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시민의 실망에 따른 반사이익 외에 뭐가 더 있을는지요?
이재명 후보나 더불어민주당도 희망을 주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해 총선에서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까지 합쳐 180석을 획득했습니다. 뜻밖의 대승에 20년 집권까지 거론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정권교체 여론에 고전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 모두 숨을 고르며 시민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