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강아지똥’ 권정생···일평생 바른삶·오로지 한길로, 글자마다 사랑과, 눈물과, 따스함이

안동 일직의 권정생 선생

[아시아엔=이동순 시인, 영남대 명예교수] 권정생(1937~2007)이란 이름만으로도 눈물 난다. 안동 일직의 송리 1동 흙집 단칸방에서 살며 빼곡히 벽을 채우고 있는 수많은 책과 그 틈으로 고개를 쏘옥 내미는 새앙쥐와 살며 하늘이 내려주신 말씀을 동시, 동화로 기록하던 위대했던 영혼의 비범한 아동문학가를 생각한다.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이 바로 그런 기록이다. 우리 삶이 자칫 풍족한 물질로 아쉬움, 절실함, 필연성을 모르고 방심할 때 그의 작품을 읽으면 정신이 번쩍 나고 어디론가 혼미하게 사라졌던 분간이 돌아와 다시금 삶의 때와 먼지를 툭툭 털고 바른 길을 걸어가도록 신선한 힘을 주시는 분.

이름도 일평생 바른 삶을 살라는 뜻의 정생(正生), 사시던 곳도 ‘오로지 한길로’란 뜻의 일직(一直), 그분의 삶은 그야말로 ‘일직’과 ‘정생’이었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새벽기도 드리고 작은 시골교회의 종탑에서 종을 치던 종치기. 종소리로 새벽 사물과 세상을 일깨우던 영혼이 고결한 참된 글쟁이, 아동문학가였다. 지금 주변을 둘러봐도 이런 등불 찾을 수 없다.

아름다운 생명이란 무엇인가?
진정 가치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사람과 사물, 자연은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할까?

이런 본질적 질문들을 밝고 순수하고 꾸밈 없는 해설로 풀어가며 깨우침을 들려주시던 분. 정작 본인은 만성신부전증으로 오줌백을 차고 밤이면 몰려오는 통증으로 신음하며 잠 못 자던 분,

얼굴에 인간과 세상과 지구를 염려하는 큰 슬픔으로 가득하고 그걸 사랑의 글로 담아내던 분. 그분이 안 계시니 더욱 그 빈 자리가 그리운 분. 세상이 거칠고 험하고 가파를 때 더욱 생각나는 분.

권정생 선생이 이동순 시인에게 보낸 엽서

옛 편지첩 속에서 당신의 필적을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어 마치 당신을 대한 듯 큰절을 드리고 이름을 가만히 불러보았다. 글자마다 사랑과 눈물과 따스한 정성이 서리었다.

“제2시집은 언제 나올까요? 기다리겠습니다.”
“비 내리는 날. 1980. 5. 20.정생(正生).”

짧은 함축 속에 큰 말씀을 모두 담아내신다.

권정생(1937~2007). 이제 다시는 뵙지 못하는 분. 살아계실 때보다 먼 곳으로 떠나신 뒤에 가슴에 더욱 극진히 모시며 그리워지는 분. 그분이 남긴 글과 작품 속에서만 뵙게 되는 분.

권정생 선생이 이동순 시인에게 보낸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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