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샌디에이고 사령탑 떠올랐던 ‘내 친구’ 아지 기옌, 한국 그라운드서 보고 싶다”

아지 기옌 감독

[아시아엔=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대표] 지난 10월 27일, 나의 친구 아지 기옌 감독이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새 사령탑 후보로 떠올랐다는 기사가 났었다.  

샌디에이고는 2일 보브 멜빈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해 아지 기옌 전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은 물망에 오르는 것으로 그치고 말아 아쉽기만 하다.

아지 기옌 감독과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한 팀에 있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삭스팀 코칭스탭들 중에서 미국인이 아니었던 사람은 아지 기옌 감독, 조이 코라 작전코치, 나 이렇게 3명뿐이어서 그런지 유난히 잘 챙겨주고 친하게 지내서 추억이 참 많다.

아지 기옌 감독은 여느 감독들보다 빠른 야구를 선호하는 감독이었다. 판단이 빠른 편에 작전을 자주 쓰기 때문에 믿고 맡기는 경우가 많은 미국야구와는 차별되는 스타일이다. 특히 경기 흐름을 잘 읽는 뛰어난 야구센스를 바탕으로 작전 수행능력을 잘하는 선수를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시키는 능력을 갖춘 지도자였다.

아지 기옌 감독이 가장 신경썼던 것은 1번, 2번 타자였다. 톱타자를 센스 있고 발이 빠른 선수를 뽑아야 한다며 여러 번 구단에 요청했다. 당시 단장이던 캔 윌리엄스는 아지 기옌 감독의 요청을 다 들어 주었다. 그래서 뽑은 선수가 1번에 스캇 포세드닉 선수, 2번에 타다히토 이구치 선수 였다. 다른 선수들도 잘 했지만 사실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게 된 원동력은 바로 이 두 선수 덕분이었다.

아지 기옌 감독과 조이 코라 코치는 한국음식을 정말 좋아했다. 특히 한국 파전과 불고기 그리고 복분자술을 좋아했다. 한국의 인삼을 얼마나 좋아했던지 매일 복용할 정도였다. 원정경기만 가면 일정 중 한번은 그 지역에 있는 한국음식점으로 식사하러 갔다. 아지 기옌 감독 덕분에 전 코치들이 한달에 한두 번은 한국음식점에 가서 회식을 했다.

조이 코라 수석코치나 아지 기옌 감독은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도 한번 지도자생활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다. 그만큼 한국야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아지 기옌 감독이 특별히 좋아하고 관심 있어 했던 선수가 심정수 선수와 이승엽 선수였다.

이승엽 선수가 시카고컵스 팀에서 연수받았을 때 아지 기옌 감독이 여러 번 나에게 시카고 화이트삭스 팀으로 데리고 오라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주위에서 아지 기옌 감독에 대해 괴짜감독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옆에서 본 기옌 감독은 야구에 대한 센스가 뛰어나 순간적인 판단과 작전능력이 탁월했다. 물론 그라운드에서 과격하게 심판과 언쟁을 벌이기도 하고 백악관 우승초대도 백악관측에서 일정을 바꿨다는 이유로 불참하는 배짱을 부리기도 했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프랭크 토마스 선수다. 프랭크 토마스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팀의 프랜차이즈 선수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뛰어나고 유명했다. 하지만 아지 기옌감독한테는 꼼짝도 못했다. 그만큼 선수단 장악력도 뛰어났지만 때로는 선수들에게 친구처럼 유쾌하게 대하고 철저하게 선수를 보호하고 방패막이 되어주기도 했다. 큰형님 같던 사람이었다.

미국이나 한국 그라운드에서 그의 뜨거운 야구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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