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동 시인의 ‘통일염원 시각전’ 손편지 초대장

김규동 시인의 ‘삶’을 새긴 목판

[아시아엔=이동순 시인, 영남대 명예교수] 김규동 시인은 만년으로 접어들어 시각(詩刻)에 온 정성을 쏟았다. 적적한 시아버지의 노년을 위로해 드리려는 며느님의 사랑스런 권유 덕분이다. 각종 끌과 공작용 칼 세트를 사다드렸다.

시를 나무판에 한 글자씩 분위기 있게 새겨서 액자형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2001년 1월30일부터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김규동 통일 시각전’이 열렸다. 그 초대장의 초청 말씀은 다음과 같다. 오른쪽에는 친필 편지도 직접 써서 첨부하셨다. 초청장 앞쪽에는 직접 새긴 ‘삶’이란 작품 사진을 담으셨다.

우리 겨레의 가슴엔 강물이 흐르는데
그게 어떤 물인지
하늘, 흙, 눈물, 달, 별은 대체 무엇인지
우리 가슴에 쌓인 한(恨)의 정체가 무엇인지
나직하게 물으신다.

김규동 시인의 시각전 전시회 초청장과 빈칸에 쓴, 이동순 시인에게 보낸 손편지. 

 

이동순 교수 궤하

새해인사 올립니다. 소원성취 하시옵소서. 제가 이런 걸 합니다. 원거리에 못 오실 줄 알고 팜플렛 보내올립니다. 내내 건필하시옵기를 17일 규동 배

김규동 시인 (출처 임응식 사진집 <풍모>) 

아래는 김규동 시인의 ‘삶’ 시 전문. 

네 가슴에
내 가슴에
아직도 흐르고 있는
이 강물은 무엇이냐
푸른 하늘과
부드러운 흙은 무엇이냐
아, 이 별들은 무엇이냐
이 눈물은 무엇이냐
달빛은 무엇이냐
이 한은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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