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속 서울대출신 ‘쌍문동 조상우’가 던지는 메시지
요즘 한국드라마 <오징어게임>이 공전의 히트를 하고 있다. 10월 10일 뉴스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오징어게임>을 보러 극장에 들어가려다가 관중들이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몸싸움이 크게 벌어졌다고 한다. 무엇이 한국문화에 전 세계인이 이렇게 열광하게 만든 것일까?
넷플릭스에서 <오징어게임>이 공개되자마자 장르물의 원조 국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시장을 단숨에 압도했다. 이달초 넷플릭스 서비스 국가 83개국 중 82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진작부터 한류가 강세였던 아시아는 물론 유럽, 중동, 남미 등 전 지구촌을 아우른다.
한마디로 <오징어게임>은 ‘빚에 쫓기는 자들의 서바이벌 게임’이다. 목숨을 건 게임에 초대돼 456억원의 상금을 두고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투쟁과 지략이 전개되는 이야기다. 극한 경쟁에 몰린 현대인들의 상황을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와 결부시켜 잔혹하고 충격적인 죽음의 게임으로 탄생시켰다.
‘쌍문동의 자랑, 이 시대 최고의 수재’ 조상우(박해수분)는 화제의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주인공 성기훈(이정재분)과 함께 쌍벽을 이룬다. 서울대 경영대학을 수석 입학한 수재 조상우는 여의도 증권가로 진출해 일확천금을 노리고, 고객 유치금까지 빼돌려 증권 파생상품과 선물투자를 하다 60억원의 부채를 지고 인생막장으로 몰린다.
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어머니의 희망이고 친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던 인물이 결국 돈에 목숨을 거는 게임에 까지 몰리게 된 것이다. 그는 비록 쫄딱 망한 인생이지만 서울대 경영대 수석입학생답게 자존심 강하고 자긍심도 살아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을 맞이한 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모순 때문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목숨 건 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치밀한 계산과 전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는 참가자 456명중 255명이 목숨을 잃는다. 거액의 상금에 현혹되어 들어왔지만, 목숨을 건 게임은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머리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구슬치기 게임에서 패하게 되자 그를 믿고 끝까지 따르던 순진한 파키스탄 노동자 알리를 감쪽같이 속이고 자신은 살아남는다. 자기가 믿었던 인물이 자기를 속였다는 것을 알고 망연자실하는 이 외국인의 표정과 총살당하는 장면은 한 동안 지워지지 않는다.
‘인간은 서로 믿을 수 있는 존재인가?’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다. 유리 다리를 건너는 게임에서 한 말도 조상우라는 인간의 속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노력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는 조상우와 우리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패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성기훈의 말이 충돌, 마침내 최종승자를 가리는 오징어 게임에서 주인공들끼리 혈투를 벌인다.
둘은 어려서 쌍문동에 살 때, 형 동생하며 가족처럼 지내던 사이다. 그러나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몇 번씩 자기를 구해주었던 주인공을 공격한다. “나는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행동일 뿐”이라고 합리화한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연출한 감독은 왜 조상우라는 인물을 서울대 졸업생으로 설정했을까?
어쩌면 우리사회에 필요한 인재의 의미를 묻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자본주의 3.0이라고도 말하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시대에는 머리 좋고 똑똑하고 스펙 좋은 사람들이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승자독식을 정당화하고 내가 잘났고 더 머리를 잘 썼기 때문에 더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합리화한다.
우리 사회는 어려운 환경에서 악전고투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온정을 잃어버리고, 풍요로운 삶을 즐기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언젠가 탤런트 이순재 선생의 말씀이 생각난다. 이순재 선생은 서울대를 나왔다.
“얼마 전 우연히 서울대 모임에 나갔는데 원로라고 한마디 하라는 거야. 그래서 솔직히 한마디 했더니 분위기가 싸늘해지더라고.” “뭐라고 하셨는데요?” “요즘 뉴스를 보니 잡아가는 자나 잡혀가는 자나 모두 서울법대 출신이야. 전국에서 머리 좋다는 인재들 모아다가 무슨 교육을 시켰길래 이 모양이야. 나 창피해서 서울대학교 나왔다는 말하기가 싫다고.”
서울대에 입학하려면 타고난 머리가 좋아야 하고, 본인이 열심히 노력해야 하며, 운도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자신의 공만은 아니다. 부모의 공도 있고 환경의 덕도 있다. 서울대는 국립대학이다. 따라서 여러 혜택이 있다. 사실 이것이 대부분 국민의 부담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조상우를 통해 머리 좋은 수재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좋은 인재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정치권과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대장동 사건’은 ‘대장동게임’이라고 부르면 좋겠다.
대장동을 둘러싼 인물 상당수가 서울대 출신 국회의원, 대법관, 검찰출신 변호사, 특검인 것 같아 모골이 송연해진다. 서울대도 자신의 부와 권력 추구를 위해 매달리는 인재가 아니라, 이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드는 인성 좋은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급선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