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냉동대추 기습에 대책은 ‘없음’

중국산 냉동대추가 말려서 유통되지만 대책은 별반 없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대추(棗)는 설, 추석 등 명절 차례상과 조상님 제사를 모실 때 빠짐없이 올라가는 상차림 중 하나다. 또한 대추는 수천년 동안 한방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신비로운 생약 또는 식품으로 취급되어 왔다. “대추를 보고 안 먹으면 늙는다”는 말이 있다. 필자는 ‘대추차’를 즐겨 마신다.

대추(red date, jujube)는 색이 붉다 하여 홍조(紅棗)라고 부르기도 하며, 찬 이슬을 맞고 건조한 것이라야 양질의 대추가 된다. 과육(果肉)에는 당분이 많이 들어 있으며, 점액질·능금산·주석산 등도 들어 있다. 한방에서는 이뇨(利尿)·강장(强壯)·완화제(緩和劑)의 약재로 널리 쓰인다. 대추씨는 거칠게 빻아 볶으면 차로 마실 수 있다.

대추는 관혼상제 때 음식마련에 필수적이다. 젯상이나 잔칫상에 대추를 그대로 놓거나 조란·대추초 등의 과정류(菓?類)로 만들어 놓는다. 또한 대추는 떡이나 음식 고명으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특히 대추는 열매가 많이 열리므로 많은 자손을 상징하여 혼인식 날 새 며느리의 첫 절을 받을 때 시어머니는 폐백상(幣帛床)에서 대추를 집어 며느리의 치마폭에 던져주는 풍속이 있다.

설 차례상은 술과 떡국, 과일을 기본으로 하며, 지역마다 올라가는 음식의 종류와 방식에 다소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 어동육서(魚東肉西), 두동미서(頭東尾西), 좌포우혜(左脯右醯) 등에 따른다. 차례상은 일반적으로 음식을 5열로 차린다. 5열에는 대추, 밤, 배, 감, 사과, 한과(韓菓) 등이 올라간다.

‘조율이시’란 제사상에 놓는 과일의 기본 4가지(대추·밤·배·감)를 말한다. 대추(棗)는 씨가 하나이므로 임금(王), 밤(栗)은 한 송이에 3톨이 들어있으므로 영의정·좌의정·우의정의 3정승(政丞)을, 배(梨)는 씨가 6개 있어서 6조판서(六曹判書, 이조·호조·예조·병조·형조·공조 판서)를, 감(?)은 씨가 8개 있으므로 조선 8도 관찰사를 각각 상징한다는 속설(俗說)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중국산 냉동대추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낮은 관세로 수입된 중국산 냉동대추가 국내에서 해동과 건조과정을 거친 뒤 건대추로 대량 유통되고 있다. ‘냉동대추’ 수입이 가속화하면 국내 고추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준 제2의 ‘냉동고추’ 사태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산 냉동대추는 2018년 20.4t, 2019년 63.4t, 그리고 2020년에는 무려 653.1t이나 수입됐다.

중국산 냉동대추 수입이 급증한 주요인은 한중자유무역협정(FTA) 협정세율이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신선대추와 건대추엔 611.5% 또는 1kg당 5800원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지만, 냉동대추는 관세가 30%에 불과하다. 이에 지난해 중국산 신선한 생(生)대추 수입량은 0.1t에 불과했다. 또한 예전에는 중국산 냉동대추를 해동해 건조하면 상품성이 떨어져 국내에서 외면 받았는데, 요즘은 냉동대추의 품질이 좋아 건조해도 상품성이 충분하다고 한다.

신선농산물 건조기술이 향상된 국내에서 건조된 중국산 냉동대추는 서울 경동시장, 중부시장, 가락시장,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중국산 건(乾)대추로 국산 건대추의 절반 값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 건조기술의 향상으로 냉동대추는 건조 이후에도 맛과 당도 등이 좋고 국산 대추와 외형 차이가 거의 없어 소비자들이 오인하기 십상이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국내에서 건조된 중국산 냉동대추가 외관상 국산 건대추와 거의 구별되지 않아 원산지가 한국산으로 둔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산 대추는 브랜드도 없는 10kg들이 포장상자에 담겨 유통되는 데다 상자 옆면에 부착된 원산지표시 스티커만 제거하면 전문가도 중국산 냉동대추와 국산대추를 육안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다. 이에 중국산 냉동대추가 국내에서 건조돼 유통된다는 사실을 일반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기본세율 30%가 적용되는 중국산 냉동대추의 수입가격은 관세와 운송비를 포함해 10kg당 2만원 정도이지만, 냉동대추를 말린 중국산 건대추 가격은 10kg 기준 6만-7만원이므로 수입업체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 한편 국산 대추는 특품이 16만-18만원이며, 지난해 긴 장마와 일조량 부족, 태풍 피해 등으로 국내 대추 생산량이 전년보다 20% 이상 급감했다.

대추는 주로 제수용과 약제 및 건강식품용으로 소비되므로 추가적인 수요 요인이 없는 가운데 수입물량이 급증하면 국산과 중국산의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가격 경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농가의 몫이 되므로 관계당국은 다각적인 수급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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