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식량위기 “콩만한 ‘효자’ 없다”

메주콩

[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수입이 감소한 사람들에게 식품 가격 상승은 큰 부담이라며 코로나19가 세계 식량 불안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최근 개최한 ‘세계 두류의 날’ 행사에서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식량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 작물로 두류(豆類)가 꼽히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두류의 해’는 2013년 6월 제38차 FAO 총회에서 관련 결의안이 채택됐고, 그해 9월 제68차 국제연합(UN) 총회에서 2016년을 세계 두류의 해(International Year of Pulses)로 선포했다. UN이 2016년을 두류의 해로 지정한 이유는 두류가 지닌 식량안보적·영양학적 중요성 때문이다. FAO는 2019년부터 매년 2월 10일을 ‘세계 두류의 날’로 지정해 기념행사와 함께 콩에 대한 정보를 널리 알리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2월 12일 화상으로 ‘세계 두류의 날’ 행사를 진행했으며, 취동위 FAO 사무총장은 “두류는 FAO가 찾고 있는 ‘더 나은 생산성과 영양성분을 가진 식품’이며 친환경적인 영농이 가능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작목이므로 두류의 소비 증진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아네스 칼리바다 UN식량정상회의 특임대사는 “두류가 코로나19가 촉발한 식량위기를 회복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두류는 전 세계의 식량안보를 지키고 계급과 문화 벽을 허물 수 있는 매우 잠재력 있는 식품군”이라고 말했다.

루이스 마스테라 아르헨티나 농수산식품부 장관은 “두류는 건조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고 특별한 영농기술 없이도 성공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며 두류의 다양한 장점에 대해 극찬했다.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많은 두류를 생산하는 프랑스의 줄리앙 노르망디 농식품부 장관은 “프랑스는 향후 3년간 두류 재배면적을 현재보다 40% 늘리고, 학교급식에도 두류를 적극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부터 콩·팥·녹두 등 국산 두류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두류 계약 재배사업을 신규 추진한다고 3월 2일 밝혔다. 예산 규모는 412억원으로, 생산자단체나 가공업체 등이 계약재배사업을 할 경우 계획 금액의 80%를 5년간 무이자로 융자 지원한다. 계약재배사업은 두류 재배 농업인과 가공업체 간 지속가능한 생산 및 원료 확보 체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콩과(豆科) 작물인 콩, 팥, 녹두, 강낭콩, 완두, 쥐눈이콩, 땅콩 등을 두류(豆類, pulse crops)라고 한다. 두류는 주요 식량작물 중 하나로 인류의 식물성 단백질 주요 공급원으로서 식량안보에 있어 핵심적인 작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두류는 질소를 고정하는 특성이 있으며, 이 특성은 토양의 비옥도를 높이고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무색, 무취, 무미한 기체인 질소는 대기의 약 78%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구성 성분이다.

‘감옥살이’를 빗대어 ‘콩밥 먹는다’고 한다. 이는 과거에 죄수들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영양 공급을 할 수 있는 콩밥을 먹였기에 생긴 말이다. 콩에 들어있는 단백질의 양은 농작물 중에서 최고이며, 구성 아미노산 종류도 육류에 비해 손색이 없다. 세계 장수촌 중 하나인 남미 에콰도르의 작은 마을 빌카밤바(Vilcabamba) 장수 노인들의 건강 묘약은 콩이며, 모든 주민이 유기농으로 재배한 콩을 주식으로 먹는다.

콩은 고대 중국에서 최초로 재배되기 시작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재배하였다. 20세기에 들어와서 미국에서 콩을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주객이 전도되어 미국이 전 세계 생산고의 약 80%를 생산하고 있다. 콩은 미국의 농산물 중 가장 중요한 곡물로 세계 최대 콩 수입국인 중국 수입의 38%를 차지했다. 그러나 브라질이 2013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콩 수출국으로 등극하여 중국 콩 수입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콩은 20세기 들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생산과 이용 면에서 세계 최고의 신데렐라 작물로 부상하였으며, 21세기에도 여전히 주목받는 밀레니엄 식품이다. 콩은 세계적인 식품으로 1000여 가지의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간장, 된장, 두부 등 여러 가지 전통 식품으로 우리의 식생활과 밀착해온 식품이다. 비타민C가 거의 없는 콩을 콩나물로 재배할 때는 싹이 돋는 사이에 성분의 변화가 생겨 비타민C가 풍부한 식품이 된다.

콩은 단백질 35-40%, 지방 15-20%, 탄수화물 30%가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 등이 들어 있는 영양식품이다. 콩(大豆, soybean)에 함유되어 있는 주요 성분에는 100g당 열량 400kcal, 탄수화물 30.7g, 단백질 36.2g, 지방 17.8g, 비타민(비타민 B1, B2, 나이아신 등), 무기질(칼슘, 인, 철, 나트륨, 칼륨 등), 섬유소 등이 있다. 콩에서 콩기름(100g당 884kcal)을 추출하면 ‘대두박’이 남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두박을 대개 사료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콩을 날 것으로 먹으면 거의 소화가 안 되지만 익혀 먹으면 65%가량 소화 흡수가 된다. 그러나 콩 제품인 두부는 95%, 된장은 80% 정도 소화 흡수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콩 제품으로 콩나물, 두부, 된장 등을 많이 먹는다. 우리 민족은 옛날부터 장(醬)을 담그는 솜씨가 뛰어났다. 중국에서 290년에 발간된 <위지동이전>에 “고구려인은 장 담그고 술 빚는 솜씨가 훌륭하다”고 적혀 있다.

‘메주’가 문헌에 처음 나온 것은 <삼국사기>에서 신라 신문왕 3년 왕이 김흠운의 딸을 왕비로 삼을 때 보낸 예물 중 ‘시(豉)’, 즉 메주를 보냈다는 내용이 있다. 장(醬)은 원래 간장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된장, 청국장, 막장, 고추장을 아우르며 장류(醬類)라고도 한다. 1930년대 일본인들에 의해 장류의 공업화가 시작됐고, 최근에는 재래식 메주 대신 개량 메주를 이용한 개량된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된장은 간장, 고추장과 함께 우리의 전통 발효식품으로 항암 성분을 비롯해 우리 몸에 유익한 갖가지 성분이 들어 있는 최고의 자연 식품이다. 콩 발효식품인 된장은 예로부터 귀중한 식품으로 여겨졌으며 삼국시대부터 만들어졌다. 신라시대에는 된장이 혼수품을 쓰였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장 담그는 법은 <구황보유방>에도 기록되어 있다.

콩은 항암 효과가 널리 알려져 있는 식품이다. 특히 검은 콩 껍질에는 노란 콩에는 없는 글리시테인(glycitein)이라는 항암 물질이 들어 있다. 요즘 브라질에서 최고의 보양식으로 꼽히는 음식 중 하나가 검은콩으로 만든 페이조아다(feijoada)이다. 이 음식은 원래 노예들의 일용식(日用食)이었으나 최근 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콩 섭취가 심혈관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인 콩 섭취는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몸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을 높인다. 이러한 효과는 콩 안에 들어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콩에는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오메가-3 지방산도 많이 들어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콩 단백질에 혈관 보호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제품에 표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쥐눈이콩’은 쥐의 눈처럼 생긴 콩이란 의미로 서목태(鼠目太)라고 부르며, 한약상에서는 ‘약(藥)콩’이라 부른다. 옛 문헌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쥐눈이콩을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약으로 사용하면 더 좋다. 신장병을 다스리며 기를 내리어 풍열을 억제하고 혈액 순환을 활발히 하며 독을 푼다.”고 기술하였다.

쥐눈이콩에는 아이소플라본(isoflavon) 성분이 일반 콩보다 5-6배 많이 함유되어 있다. 아이소플라본은 항암효과가 있으며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심장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두유(豆乳, soybean milk)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100ml당 4.4g)이며, 식물성 지방으로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으므로 혈관 건강에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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