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나그네 43년 안병준⑪] 전두환 찬양, 씻을 수 없는 오점 “나는 꼭두각시나 다름 없었다”

1980년 8월 19일부터 8월 30일까지 7회에 걸쳐 서울신문에 실렸던 ‘새 시대를 여는 새 지도자 전두환 장군’ 시리즈 가운데 일부. 당시 시리즈 한편을 담당했던 필자는 이를 두고 “나는 꼭두각시나 다름 없었다”고 했다. 

[아시아엔=안병준 한국기자협회 전 회장, <서울신문> 정치부장, <내일신문> 편집국장 등 역임] 나의 기자생활에는 여러 가지 오점이 있다. 그중 ‘새 시대를 여는 새 지도자 전두환 장군’이라는 시리즈 필자로 참여한 것이 손꼽힌다.

1980년 8월 19일부터 8월 30일까지 7회에 걸쳐 게재됐다. 이 시리즈 첫 회는 ‘장군은 누구인가’로 시작됐다. 모두 7명이 ‘특별취재반’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했다. 임동수(林東洙) 외신부장, 유철희 사회부 차장, 최광일(崔光一) 정치부 기자, 변우형 사회부 기자, 강수웅(康秀雄) 경제부 기자, 이상철 정치부 기자 그리고 사회부 기자인 나였다.

입사 4년차인 나는 그중 말석이었는데, 당시 거기에 뽑혀 어정쩡한 포즈로 우물쭈물했던 기억이 난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이후 등장한 전혀 엉뚱한 군인,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거대한 음모의 일환이었다. 나는 특전사령부에 근무할 때 휘하 여단 중 특히 1공수여단에서 올라온 정보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공수여단장 시절 전두환 준장과 부인 이순자씨 모습

당시 전두환 여단장은 장병들에 대한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했다. 집단 태권도로 백병전을 벌여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했고, 여단장은 부상병들을 치료 후 모두 특별휴가를 보냈다는 에피소드들이었다. 그런 얘기들을 확인도 없이 정보만으로 인용했던 것이다.

이 시리즈는 소위 ‘여론조작’의 일종인 ‘새 시대에 건다’는 시리즈와 함께 나란히 게재됐다. 이는 각계각층 국민의 소리를 듣는다는 형식의 기획물이었다. 이런 종류의 특집기획들은 정부 기관지 서울신문만 한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 언론사가 참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하나는 전두환 대통령 취임 이전 ‘사회정화운동’ 차원에서 실시한 전과자 소탕작전 일환인 삼청교육대 설치가 있었다. 최악의 수용소인 그곳에 대한 르포르타주로 “당국의 엄격한 교육으로 전과자들이 새 마음 새 사 람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식의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나는 꼭두각시나 다름 없었다.

2004년 7월, 나는 내일신문을 끝으로 만 58세에 정년퇴임을 했다. 그때 많은 흠결에도 불구하고 남봉우(南鳳佑) 정치팀장(현재 주필) 등 내일신문 편집국 일동으로부터 공로패를 받은 것을 두고두고 기억한다.

한국기자협회 46대, 4ㅇ7대 회장 이취임식을 마치고. 앞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필자. 왼쪽 네번째 박기병 대한언론인회 회장, 한 사람 건너 이형균 아시아기자협회 이사장이 보인다. 뒷줄에 우장균 44대 회장, 정규성 45~46대 회장과 김동훈 현 회장, 이상기 38~39대 회장 등이 보인다. <사진 한국기자협회>


현역 퇴임 후 고마운 인연들

퇴임 이듬해인 2005년 3월 나는 기자협회장 당시 함께 일했던 박영규(朴榮珪) 위원장의 도움으로 언론중재위원이라는 영광된 직책을 맡았다. 그와 ‘80년 해직기자’ 동지였던 정동채(鄭東采)씨가 문화공보부 장관이 된 덕분이었다. 임기 3년인 언론중재위원은 문공부 장관이 위촉하게 돼 있다.

이후 서울신문 후배 한종태(韓宗兌) 기자 덕으로 2011년까지 연임했다. 중재위원을 끝낼 무렵인 2011년 3월 16일자 조선일보에는 나의 에세이 ‘지공도사의 각오’가 게재돼 잠깐 장안의 화제가 됐다.

6년 동안의 언론중재위원 이후 계속해서 한국신문윤리위원 및 독자불만처리위원 2년, 간행물윤리위원 2년, 경상북도 독도정책자문관 3년,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자문관 2년, 인터넷신문 기사심의위원장 1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3년 등 2019년 말까지 도합 16년을 언론계에 더 머무는 행운을 얻었다.

이는 박기병(朴基秉, 기협 10대 17대 회장) 대한언론인회 회장, 이형균(李炯均,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기협 11대 회장) 아시아기자협회 이사장, 이상기(李相起, 기협 38대 39대 회장) 아시아엔 발행인, 우장균(禹長均, 기협 42대 회장) YTN 사장, 정규성(鄭圭晟, 기협 45대 46대 회장) 아시아투데이 부사장 등의 지원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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