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사랑해 박지선···”사람들 웃길 때가 가장 행복”

박지선

[아시아엔=송재걸 기자] ‘멋쟁이 희극인’. 개그우먼 고 박지선(36)의 트위터 계정 앞에 달려있던 수식어가 유달리 시리고 아프다. 11월 2일 세상을 떠난 그는 인터뷰 때마다 “사람들을 웃길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밝히며 자신의 커리어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올해로 데뷔 13년차, 살아생전 늘 활발했던 그였기에 더욱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고 박지선은 학창시절에 전교1등을 놓치지 않았던 수재였으며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입학 후엔 임용고시를 준비한 성실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이윽고 박지선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이 자신에게 가장 행복한 일임을 깨달았다. 그는 2007년 KBS 22기 공개 개그맨 시험을 쳤고 단번에 합격했다.

박지선

신인은 반드시 겪는다는 무명생활도 없이 입사 후 4개월만에 개그콘서트 ‘3인3색’이라는 코너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박지선은 2009년 당시 최고 인기코너였던 ‘봉숭아학당’에서 메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주로 못생긴 여성을 연기했지만 언제나 당당한 태도로 임했다. 그의 그런 모습은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자들에게 외모가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당연하지만 당돌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2015년 청춘페스티벌에서 박지선은 한 여성으로서 상처받지 않냐는 질문에 “나는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의연하게 답했다. 그러한 매력은 우리들로 하여금 그를 더욱 사랑하도록 하였다.

또한 고등학생 시절부터 앓아온 ‘햇빛 알레르기’로 인해 화장조차 하지 못한 그였지만 그는 이마저도 ‘민낯 개그맨’이라는 소재로 웃음을 선사했다.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한 외모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삶으로 보여준 것이다.

박지선은 생전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아주 작은 트러블조차 없을 정도로 늘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는 주어진 삶 자체를 사랑할 줄 알았고 그 사랑을 주변과 나눌 수 있었다. 짧고 강렬한 생을 마치고 떠나가지만, 그가 남긴 따스한 추억들은 그의 동료들뿐만 아니라 그에게 웃음을 선물 받은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고 남을 것이다.

“나 자신부터 나를 많이 사랑해야 해요. 지선이가 지선이를 되게 많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사랑해 지선아.” (2015년 청춘페스티벌 강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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