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프랑스 테러’, 숨겨진 진실은?
[아시아엔=송재걸 기자] 기자는 영국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청소년기 10여년 살면서 유럽의 다양성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특히 공존을 통한 번영이 유럽 시민들에게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목도했다.
당시만 해도 연합한 유럽에서 나는 비교적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자가 영국을 떠난 2014년 이후 유럽 상황은 급변했다. 분열과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브렉시트(Brexit)와 프랑스에서 벌어진 일련의 테러사건일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한달 사이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자들의 무차별 테러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탄생일인 10월 29일에는 니스의 노트르담대성당에서 발생한 참수 테러로 3명이 목숨을 잃었고, 앞서 2주 전에는 파리 근교의 한 중학교 교사가 무함마드를 풍자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보여줬다가 참수당했다.
다양성과 자유로움이 조화를 이뤘던 유럽이 어쩌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타깃이 된 걸까. 필자는 ‘섣부른 통합’이 주요 원인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타문화권에서 나고 자란 사람의 성정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이다. 몇 사람의 정치지도자들의 결정으로 그들의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에 다름 아니다.
유럽연합(EU)이 비교적 단기간에 ‘정치·경제 통합’을 이루며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로 인해 파생된 ‘사회·문화적 부작용’들은 현재진행형이다.
필자는 영국에서 중고교와 대학 및 대학원을 다니며 아시아, 아프리카 등 비유럽국가 출신의 비기독교 청소년들을 종종 만나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이들과 교류하면서 ‘하나의 유럽’이라는 슬로건이 실제 현실과 상당히 괴리돼 있다는 것을 자주 느꼈다.
뿌리가 다른 이방인들에게 유럽인들의 가치체계와 이념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종종 하게 됐다. 기독교인으로 비교적 이른 나이부터 유럽 역사와 문화에 대해 이해를 해왔다고 감히 얘기할 수 있는 기자에게도 그들의 강요 아닌 강요가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다.
특히 ‘유럽적 가치’들을 최우선으로 존중하라는 학교에서의 가르침은 더욱 그랬다. 실제 필자와 함께 수학하던 무슬림 친구들은 수업거부 등을 통해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슬람 학생들에겐 영국을 포함한 유럽국가들이 자신들이 나고 자란 곳의 문화 대신 유럽의 문화나 가치를 강요하는 것은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기자는 최근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서 언젠가 올 것이 왔다는 ‘불경스런’ 예측이 맞아 여간 씁슬한 게 아니다. 물론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훨씬 더하지만.
기자는 이와 함께 유럽 지성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자신들이 지켜내온 인권 및 다양성 존중 등 민주주의적 가치를 다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