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과거·현재·미래를 알려면 그곳을 보라
중국의 과거를 알려면 서안西安을, 현재를 알려면 북경北京을 보고, 미래를 알려면 상해上海를 보면 된다는 말이 있다. 서안은 주나라 수도 호경鎬京 이래, 당나라의 수도 장안長安이었으며 그밖에도 수십 차례 중국 왕조의 수도가 되는 등 중국의 대표적 고도다.
북경은 연경燕京이 명明의 수도가 된 이래 중국의 수부이며 상해 시가지는 서울 강남의 열배가 될 만하며 중국의 미래가 막강하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가 있는데 거기에 묘사된 청淸은 극성기인 건륭제乾隆帝 시기다.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의 크기는 거의 그때와 같다. 조선 사람들은 그저 지대물박地大物博이라고 표현했을 뿐 중국의 크기를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몇백 년을 앞선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보다 떨어지는 이유다.
오늘날 중국 면적은 960만㎢로 러시아 1710만, 캐나다의 998만, 미국의 983만에 이어 세계 4위다. 5개 자치구 가운데 신강新疆은 160만㎢이고, 서장西臟은 123㎢이다. 22개 성省 가운데 한반도에 가장 근접한 호남성糊南省이 21만㎢다. 인구는 산동성山東省만도 9천만명이 넘는다, 성省의 당서기黨書記는 성을 지배하니 가히 봉건시대의 왕王과 다름이 없다. 성장은 수하의 행정기관에 불과하다. 시진핑이 당 중앙에 오기 전에도 복건성福建省 서기를 거쳐 상해시 서기를 지냈으니 그 위세를 알만하다.
<북경의 55일> 영화를 보면 당시 북경을 제압한 국가 중에는 세계열강인 영국과 러시아 이외에 유럽의 소국인 네덜란드도 있었으니 중국인의 굴욕을 알만하다. 여기서 각별히 활약한 일본은 1894년 청일전쟁에서 이긴 후 대만臺灣을 합병했다. 조선인은 요녕성遙寧省 조선족자치구에서 한 단위를 이루고 있으나 점차 축소되고 있다.
일본이 만주를 통치할 때 일본인, 조선인, 만주인, 몽골인, 중국인(漢族)의 오족협화五族協和를 내걸었다. 중화민국이나 중화인민공화국도 95개 소수민족의 협치를 강조하나 인구의 90퍼센트는 한족이다. 그러나 위구르족이라 하더라도 6백만, 티베트족도 삼백만에 가깝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옮겨지는 세상에 한자漢字 이외에 독자적 수단을 가지지 못하는 이들은 자연 도태되기 마련이다. 하물며 한족도 먼저 소리로 옮기고 다시 수십 개의 동음이의同音異意 가운데 글자를 고르는 2단계를 거치는데, 일본어와 마찬가지며 난삽難澁하기가 그지없다. 표의문자表意文字의 한계다.
같은 앵글로색슨 중심이라 하더라도 캐나다나 호주와 달리 미국은 연방국가United States다. 중국은 이와 같은 하나의 나라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라는 의식에 익숙하다. 중국을 상대할 때에는 이를 항상 유념해야 한다. 한국인이 인접한 국가인 중국에 대해 친중의식親中意識을 갖는 것은 좋다. 그러나 한국이 동맹의 대상으로 미국과 중국 중에 고를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지정학地政學의 기본도 모르는 것이다.
한 나라를 이해하는데 있어 역사와 지리가 아울러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