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코로나 ‘셀프 백신’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감염병 등 질병관리의 중요성과 국민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정부는 정부조직법 직제개편안을 국무회의에서 9월 8일 의결하여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를 독립기관인 질병관리청(Korea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gency, 약칭 KDCA)으로 승격했다. 초대 청장에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임명되었으며, 9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정은경(55) 청장은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후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석사, 박사(예방의학 전공)를 받았다. 정은경은 1994년 양주군보건소에서 첫 의사(MD) 활동을 시작했으며, 전염병 신고 기준을 마련한 경험을 바탕으로 1998년 국립보건원 역학조사담당관으로 특채되었다. 국립보건원에서는 2000년 초 홍역유행 당시 예방접종 지침 수립에 기여했으며, 2009년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을 역임하면서 신종플루 대응을 맡았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로 이동해 질병예방센터장으로 메르스(MERS) 대응의 최전선에서 일하였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정부 시절 메르스 확산 대응 실패로 2015년 감봉징계를 받았다. 2017년 문재인정부에서 정은경은 1급 공무원인 실장을 건너뛰고 차관급인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승진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로나 방역과 관련하여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을 ‘영웅’이라고 극찬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질병관리청 승격으로 조직은 청장과 차장을 포함한 5국(감염병정책국, 감염병위기대응국, 감염병진단분석국, 의료안전예방국, 만성질환관리국), 3관(위기대응분석관, 건강위해대응관, 기획조정관), 41과로 개편되었다. 인력도 기존 질병관리본부 정원 907명에서 569명 늘어 1476명으로 확대됐다.
산하기관으로는 국립보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 질병대응센터, 국립결핵병원, 국립검역소 등이 있다. 질병관리청의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다. 이를 위해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역학(疫學)조사관을 확충하고, 교육훈련을 강화할 방침이다.
질병관리청의 뿌리는 1894년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칙령으로 설치된 ‘위생국’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그 후 1935년 설립된 보건원양성소를 모태로 해방 후 1945년 조선방역연구소, 국립화학연구소, 모범보건소 등이 설립됐으며, 1959년 중앙보건원으로 통합 출범했다.
1963년 12월 각각 독립기관으로 설립 운영되던 국립방역연구소, 국립화학연구소, 국립생약시험소, 보건요원양성소가 ‘국립보건원’으로 통합해 발족했다. 1966년 국립보건연구원으로, 1981년 국립보건원으로 개칭했다.
1996년 4월 직제 개정으로 식품·의약품 관련 검정업무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분리됐다. 2004년 1월 국립보건원이 ‘질병관리본부’로 확대 개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국가질병연구관리 기관으로서의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몇 차례 직제가 개정된 후, 국가 감염병 연구 및 관리와 생명과학연구를 수행하는 중추기관으로 발전하였다. 질병관리본부와 그 전신 기관들은 국가 질병관리 및 의과학 연구 100년사의 핵심에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하의 근현대적 질병관리 업무가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9월 14일 충북 오송 보건의료행정타운 후생관에서 열린 개청식에서 “질병관리청 초대 청장을 맡게 돼 무거운 사명감을 느낀다. 코로나19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위기가 진행 중인 엄중한 상황에서 질병관리청이 개청한 것은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앞으로 지속해서 발생할 신종감염병에 대해 전문적으로, 더 체계적으로 대비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뜻과 정부 의지가 담긴 결과”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의 비전은 ‘건강한 국민, 안전한 사회’이며, 미션은 ‘과학적 근거 기반의 국가 공중보건 및 보건의료연구개발 중추기관’이다. 정책방향은 △감염병으로부터 국민보호 및 안전사회 구현, △효율적 만성질환 관리로 국민질병부담 감소, △질병 위험에 대비·대응한 보건의료 연구개발 역량 확보 등이다.
질병관리청의 핵심사업은 다음과 같다.
(1)감염병으로부터 국민보호 및 안전사회 구현
-신종 및 해외 유입 감염병에 대한 선제적 위기 대응 체계 강화
-결핵, 인플루엔자, 매개체 감염병 등 철저한 감염병 관리 예방
-국가예방접종 지원 확대 및 이상 반응 감시 등 안전 관리 -고위험병원체 안전 관리를 통한 생물 안전 보장
-의료감염 관리 및 항생제 내성 예방 등.
(2)효율적 만성질환 관리로 국민질병부담 감소
-만성질환 예방과 건강행태 개선을 위한 건강통계 생산 및 근거 정보 지원
-고혈압, 당뇨병 등 심뇌혈관질환, 알레르기질환 등 만성질환 예방관리
-국가 금연정책 지원을 위한 조사 및 흡연 폐해 연구
-국가관리 대상 희귀질환 지정 지원
-장기기증자 등 예우 지원 강화와 생명 나눔 인식 제고
-미세먼지 건강 영향 감시, 취약계층 보호 대책 마련
-기후변화(폭염, 한파 등) 건강 피해 예방 등이다.
(3)질병 위험에 대비·대응한 보건의료 연구개발 역량 확보
-감염병 R&D를 선도하는 컨트롤 타워
-건강수명연장을 위한 만성질환 연구 강화
-보건 의료 연구 자원 공유·개방
-4차 산업혁명 대비 첨단 의료 연구 강화 등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3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유행이 장기화하면서도 증가세가 전혀 꺾이지 않고 있다. 당분간 코로나19 종식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Worldometer) 집계에 따르면 9월 17일 오전 8시30분 기준으로 누적 확진자는 30,000,345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 8월 30일 2500만명을 넘은 이후 18일 만이며, 8월 10일 2000만명을 넘어선지 38일, 지난 6월 27일 1000만명을 넘어선 지 82일 만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국내 방역에 있어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추석 연휴를 꼽았다. 그리고 가을·겨울철 인플루엔자(독감) 등 호흡기 감염병의 증가와 기온이 낮아짐에 따라 환경이 변화하는 것을 위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코로나19 종식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코로나와 함께’ 안전하게 살아가는 일상과 건강 습관을 정착시키고 생활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은경 본부장은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마스크가 ‘셀프 백신’이고 ‘안전벨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