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난민촌 화재③] 유엔·EU 등 국제사회 조속히 구호대책을
그리스 최대 난민촌인 레스보스섬에서 지난 8~9일 화재가 발생해 여성과 어린이 6천명을 포함해 1만 1500여명이 거처를 잃었습니다. 이들은 쓰레기장이나 주유소 주변 등에서 간신히 몸을 뉠 공간을 마련해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음식은커녕 식수 공급도 원활치 않은 실정입니다. 일부 코로나19 확진자들의 행방이 묘연해 바이러스 공포까지 엄습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엔> 이신석 ‘분쟁지역’ 전문기자는 올 1월 초 모리아 난민촌을 현지 취재해 연속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신석 기자가 자신의 취재수첩에 담겨 있던 비망록과 사진을 바탕으로 현지상황을 3차례에 걸쳐 보도합니다. 이신석 기자는 “이번 화재 대참사는 예고됐던 것”이라며 “코로나사태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구호가 조속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안타까운 당시 기억을 다시 끄집어 내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편집자>
[아시아엔=글·사진 이신석 <아시아엔> ‘분쟁지역’ 전문기자] 그리스 ‘레스보스’ 난민촌에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멀리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에서 온 난민들이 있다. 그 가운데 특히 하자라족이 많아 그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하자라족은 아프가니스탄 중부의 산악지대에 살고 있는 몽골족 후손이다. 그들의 거주지역인 바미안은 탈레반이 폭파한 바미안석불로 잘 알려진 곳이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소수 시아 무슬림으로 살면서 생김새 또한 달라서 차별을 받고 있다. 특히 탈레반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있어 살던 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모리아 캠프에는 하자라족 여성들이 유난히 많이 띄었다. 그들은 모질게 힘겨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삶을 벗어나 모리아캠프까지 밀려왔지만 이 역시 빡빡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매한가지인 듯했다.
그들은 여럿이 방파제에 나와 바닷 바람을 쐬며 자유로움과 젊음을 만끽하기도 하지만 험난하고 끝 모를 수용소생활에서 일탈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레스보스 시내에서 만난 하자라 청년의 말에 따르면, 하자라족은 여성에게 부르카를 권하지 않고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교육을 시키는 등 아프가니스탄의 파슈툰이나 발로치 여성들과는 구분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 상황을 벗어나 좀더 자유로운 삶을 찾아 난민의 길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그들이 원한 삶이 레스보스에서 멈추어 버리지 않고 제대로 꿈을 펼칠 수 있는 날은 그 언제일까?
모리아 캠프에서 두번째로 많아 보이는 사람들은 시리아 난민이다. 시리아에선 알라위파인 알아사드 정부가 수니파 반군이 있는 알레포와 이들리브에 무차별 폭격하고 화생방 공격도 서슴지 않아 희생자가 속출하고 난민이 대거 발생했다. 아사드정권의 보복을 피해 난민길에 오른 것이다.
그외 이라크, 이란, 예멘, 소말리아, 이집트, 콩고 등의 난민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생활고와 신분의 위협을 피해 이곳에 오게 됐다고 한다.
지난 1월 이곳을 찾았을 때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거였다. 난민수용소 입구를 제외하고는 전 지역이 칠흑에 싸여 강도와 성폭행 같은 범죄구역이 된다는 것이다.
이곳 난민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난민수용소 문제점은 △식수 부족 △오염된 환경 △화장실 부족 △의료·위생 불량 △전기 부족 등으로 압축되었다.
특히 여성과 아이들이 비위생적인 환경과 범죄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유럽에 난민들이 밀려들면서 그리스에도 난민이 많이 몰렸으나 적어도 난민캠프 정도는 잘 운영되고 있을 거라는 기대는 모리아 난민캠프를 직접 찾으면서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