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나의 家族’ 김수영


古色이 蒼然한 우리집에도
어느덧 물결과 바람이
新鮮한 氣運을 가지고 쏟아져들어왔다

이렇게 많은 식구들이
아침이면 눈을 부비고 나가서
저녁에 들어올 때마다
먼지처럼 인색하게 묻혀가지고 들어온 것

얼마나 長久한 歲月이 흘러갔던가
波濤처럼 옆으로
혹은 世代를 가리키는 地層의 斷面처럼 억세고도 아름다운 색깔ㅡ

누구 한 사람의 입김이 아니라
모든 家族의 입김이 합치어진 것
그것은 저 넓은 문창호의 수많은
틈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겨울바람보다도 나의 눈을 밝게 한다

조용하고 늠름한 불빛 아래
家族들이 저마다 떠드는 소리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 것은
내가 그들에게 全靈을 맡긴 탓인가
내가 지금 순한 고개를 숙이고
온 마음을 다하여 즐기고 있는 書冊은
偉大한 古代彫刻의 寫眞

그렇지만
구차한 나의 머리에
聖스러운 鄕愁와 宇宙의 위대함을
담아주는 삽시간의 刺戟을
나의 家族들의 기미 많은 얼굴에
比하여 보아서는 아니될 것이다

제각각 자기 생각에 빠져있으면서
그래도 조금이나 不自然한 곳이 없는
이 家族의 調和와 統一을
나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냐

차라리 偉大한 것을 바라지 말았으면
柔順한 家族들이 모여서
罪없는 말을 주고받는
좁아도 좋고 넓어도 좋은 房안에서
나의 偉大의 所在를 생각하고 더듬어보고 짚어보지 않았으면

거칠기 짝이없는 우리 집안의
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람과 물결ㅡ
이것이 사랑이냐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이 시는 독자 김성남씨가 추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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