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시마詩魔’ 이병기(1891~1968)
그 넓고 넓은 속이 유달리 으스름하고
한낱 반딧불처럼 밝았다 꺼졌다 하여
성급한 그의 모양을 찾아내기 어렵다
펴 든 책 도로 덮고 들은 붓 던져두고
말없이 홀로 앉아 그 한낮을 다 보내고
이 밤도 그를 끌리어 곤한 잠을 잊는다
기쁘나 슬프거나 가장 나를 따르노니
이생의 영과 욕과 모든 것을 다 버려도
오로지 그 하나만은 어이할 수 없고나
시를 짓거나 감상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붙잡는 어떤 마력을 가리킨다. 한편, 고대 중국에서는 당나라 때의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지나치게 시를 읊고 짓는 데 빠져 있다가 혀에 종창이 생기고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이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서 그를 ‘시마’라는 별칭으로 부르곤 한다.
<김성남 독자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