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백일홍 붉은 그늘’ 장옥관

백일홍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왔네
핏발 선 눈 그 사람 돌아왔네
빈 마을 온종일 쑤시고 다녔네
백일홍 고목만 더욱 붉었지 꽃상여
타는 강 위로 흘러가고 늙은 나무
꺼진 허파 기침 끝에 모였네 미친 바람
뒷간의 대숲을 흔들고
텃밭의 푸른 고추 열이 올랐네
시체가 산을 이룬 그 여름 장맛비에도
꽃꼭지마다 붉은 떨기 핏방울 맺혔네
묵은 가시 돋은 입으로 노래하려네
꼼짝 않고 견디는 긴긴 여름날
둥치 속 끓는 울음 더욱 붉었지
마당가 풀 더미 뿌리째 뽑히고
고스러지는 마지막 빛
백일홍 어깨가 기울어지네
푸른 상처 멍 자국 짙어만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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