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거미’ 김수영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 金洙暎(1921~1968) 詩選集, ‘사랑의 변주곡’, 창비,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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