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가을 편지’ 이흔복
고죽을 향한 홍랑의 일편심 사랑이 붉어서 가을은 달빛도 한층 높아만 갑니다. 당신은 물로 만든 몸 당신은 벌써 오랫동안 진리보다는 애정에 살고 있습니다.
나는 누군가의 꿈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발 헛디딘 나 사랑에 아팠습니다. 사랑을 사랑했던 자신에게만 들키고 싶은 낯선 시간 저 아래 저 아래로 흘러흘러 나 스스로 어디에서 몽리청춘夢裏靑春을 닫고 있을지요?
당신은 내게 꿈이 되어 준 한 사람. 나를 백 번 용서하고 천 번 길을 헤매는 동안 꿈을 이어주는, 산울림엔 산울림으로 답하는 당신의 가을 깊은 산에 가고 싶습니다.
간밤에는 바람 냉정하고 상강 물소리 좋은 이 고마움 당신 다 가져도 좋습니다.
– 이흔복(1963~ ) 시집, ‘내 생에 아름다운 봄날’, b,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