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작사·작곡 ‘잡초’와 “잡초인생 만세!”

가수 나훈아씨는 자신의 노랫말처럼 ‘잡초’같은 인생을 성공시켰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필자는 젊은 시절의 잡초같이 살았다. 가진 것 없고 배움이 약해 닥치는 대로 살아왔다.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다.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강병화 교수는 17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야생 들풀을 채집했다. 그 결과 4500여종의 씨앗을 모을 수 있었다. 혼자의 노력으로 종자은행을 세우는 큰 일을 해냈다. 이 일로 많은 언론에서 취재를 왔는데, 강병화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17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제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이 세상에 ‘잡초’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밀밭에 벼가 나면 그게 바로 잡초고, 보리밭에 밀이 나면 그 역시 잡초가 됩니다. 산삼이라 해도 엉뚱한데 나면 잡초입니다. 잡초란 단지 뿌리를 내린 곳이 다를 뿐입니다. 들에서 자라는 모든 풀은 다 이름이 있고 생명이 있습니다.”

잡초는 주로 산과 들판에 알아서 번식하는 잡다한 풀을 뜻한다. 나무로 치면 잡목이다. 잡초는 인간에 의해 재배되는 식물이 아니라는 뜻이지 결코 나쁜 의미거나 특정한 식물 종(種)을 분류하는 용어는 아니다. 비록 갈대나 산딸기, 쑥, 닭의장풀처럼 나름대로 유용한 종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별다른 쓰임이 없는 주제에 번식력도 왕성해서 농업에 있어선 재배중인 작물의 영양소를 뺏어먹는 건 물론, 잎사귀나 줄기가 작물을 뒤덮으면 다른 식물의 성장과 생존까지 방해한다. 농약을 쓰거나 제초를 해야 할 정도로 아주 주적(主敵)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잡초의 씨앗은 기본 몇 년, 혹은 수십 년을 땅 속에서 버티는 능력이 있어 근절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잡초라고 해서 아주 없으면 안 된다. 뿌리를 깊이 내리기 때문에 땅 속 깊숙한 곳에서 영양과 염류(鹽類)를 퍼올리는 역할을 한다.

기후가 건조한 미국 텍사스의 한 과수원에서 잡초 때문에 골머리를 앓자 주변의 잡초를 아예 씨를 말려버렸다. 그랬더니 극심한 토양침식과 모래바람으로 몇년 치 농사를 망쳤다. 그래서 지금 그 근방에서는 과수 사이에 잡초를 키워둔다고 한다.

소나 양을 키우는데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록 소가 잘 먹는 풀이라고 할지라도 방목을 하는 목초지에선 잡초가 소의 배설물을 분해해 토양이 더 기름지도록 도와준다. 그를 이용해 폭풍 성장한 식물은 또다시 소들의 맛좋은 먹이가 된다.

또한 목초가 더 이상 자랄 수 없는 땅에서도 잡초는 질긴 생명력 덕분에 어떻게든 자라서 목초에게 자리를 내준다. 또 그늘을 만들어 토양의 건조를 지연시켜 황폐화를 막아주기도 한다.

가수 나훈아를 대표하는 노래 중의 하나가 1982년 발표된 ‘잡초’라는 노래다. 나훈아가 직접 작곡/작사를 모두 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발이라도 있으면 임 찾아 갈 텐데/ 손이라도 있으면 임부를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

세상에 잡초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지, 뿌리 내려야 할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했을 뿐이다. 타고난 아름다운 자질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잡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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