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명품 구매, 그리고 나우루공화국의 비극

나우루공화국의 인광석 광산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5월초 황금연휴 때, 백화점의 명품 가방점의 매출이 껑충 뛰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명품 매출이 27% 증가했고 아웃도어도 15% 증가했다. 코로나19 시대에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여윳돈으로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물론 일부 부유층의 행태이겠지만, 온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와중에 이 망국의 풍조를 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눈길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도 국민의 생활이 어려워져 나라에서 주는 몇 푼 안 되는 긴급재난지원금을 타려고 긴 줄을 서고 있는 풍경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아마 그들의 눈에는 이런 광경이 남의 나라 일 같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사치는 망국의 지름길이다.

나우루공화국

오세아니아 미크로네시아에 위치한 나우루공화국이 있다. 전 국민에게 매년 1억원의 생활비를 지급한다고 한다. 주거, 교육, 의료비가 모두 공짜이고 세금도 내지 않는 기막힌 나라다.

일반 국민들이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 쇼핑을 하는 나라다. 도로 위에 람보르기니와 포르쉐가 즐비한 이 나라는 인구 1만명 정도에, 울릉도 1/3 크기의 작은 섬나라다. 그런데 인광석(燐鑛石)이라는 희귀자원이 풍족한 섬나라여서 1980년대에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가는 부자나라였다.

이렇게 된 계기는 섬에 지천으로 널린 새똥 때문이었다.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였던 이 섬에 오랜 세월 쌓인 새들의 똥은 산호층과 결합해 인광석으로 쌓였다. 나우루공화국은 인광석으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돈을 국민에게 공평하게 분배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인광석

덕분에 나우루공화국 국민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소비하는 생활만 할 수 있었다. 인광석을 채굴하는 일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들여와 일하게 하고 모든 가정에는 가정부와 집사를 고용해 편하게 생활했다. 심지어 공무원들까지도 외국인을 고용했다.

국민이나 정부나 남는 게 돈이었기 때문이다. 그 상태로 30년이 지나자 나우루공화국 사람들은 집안 청소하는 법도, 요리하는 법도 모두 다 잊어버렸다. 섬나라 나우루엔 어선이 사라졌고, 전통문화가 없어졌으며 일이라는 개념 자체가 실종돼버렸다.

그저 먹고 놀고 여행하는 습관만 남게 되었다. 나우루 인구의 80%가 비만에 시달렸고, 비만율, 당뇨병 사망률 1위 국가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런데 2003년부터 인광석 채굴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가난해진 나우루공화국 국민들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청소하는 법, 요리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 했고, 고기잡이를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놀고먹던 국민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하는 즐거움을 잊어버린 그들에게는 나태함과 무기력만 남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나우루공화국은 존재 자체를 위협받기 시작했다. 무리하게 땅을 파헤쳐 섬의 고도가 낮아졌다. 그 때문에 만약 수면이 높아질 경우 섬이 통째로 가라앉을 위기를 맞고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이것이 바다 건너 먼 나라 일일까? 풍족함은 언젠가는 사라지게 될 것이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나우루공화국의 비극이 찾아올 수 있다. 가장 적은 것으로도 만족하는 사람이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한비자> ‘망징편(亡徵編)’에 이런 항목이 나온다.

「왕실의 친인척과 대신들의 봉록이 실제 공록보다 높고 후하거나, 신분에 따른 복식(服飾)이 등급을 침범할 정도로 화려하거나, 궁궐과 가옥, 음식이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데도 임금이 이를 금하지 않으면, 신하들의 탐욕은 멈출 줄 모르게 된다. 신하들의 탐욕이 멈출 줄 모르면 그 나라는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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