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②] 올 가을 ‘2차 유행’ 이전 개발될까?

1918년 전 세계를 강타한 스페인독감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났다. 당시 세계 인구 약 17억명 중 감염자는 약 5억명, 사망자는 최소 1700만에서 최대 5000만(총 감염자의 3-9%)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차대전 사망자 900만명의 2-5배가 넘는 수치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의료’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가 잦아 백신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피터 포스터 교수(유전학)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세계 각국의 코로나 감염증 환자 160명에서 채취한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COVID-19가 원래 A형에서 B형, C형 3가지 종류로 변이돼 전 세계로 확산됐다는 연구논문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분석 결과 A형은 발원지인 중국 우한의 박쥐, 포유류 천산갑(穿山甲, Pangolin)에서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백신이 시장에 나오려면 빨라도 1년에서 1년 반 이상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코로나 감염증 백신 개발을 하루 앞당기면 2만명, 1주일이면 13만명, 한 달이면 50만명 이상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 이에 코로나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챌린지 시험’에 지원자가 1500명이 넘었다고 한다.

표준적인 임상시험은 수천명에게 백신과 가짜 약을 접종하며, 이들은 자신이 어떤 약을 접종 받았는지를 모른다. 접종 후 이들이 일상생활을 하다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어떤지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반면 ‘챌린지 시험’은 통제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시험 대상자들을 감염인자에 노출시키는 유효성 시험이다.

챌린지 시험은 소규모 인원이 백신을 접종받고 일부러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도록 해서 면역력이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이므로 위험성이 따른다. 시험 자원자들은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백신 개발 가속화의 혜택이 워낙 커 충분히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또한 지원자들은 코로나 대유행에 대항해 건설적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코로나 사망률은 세계 평균 4.5%이며, 낮은 국가는 1-2%대다.

현재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2차 유행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국내외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즉 올 가을에 더 교활해지고 더 세져서 돌아온다는 것이다.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병은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으면 초기 유행 이후 2차 유행을 피하기 어렵다.

코로나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은 현재 유럽과 미국 등 지구 북반구 국가들에서 감염자가 많다. 곧 북반구에 여름이 오면, 남반구는 겨울로 넘어가게 된다. 벌써부터 브라질, 칠레 등 남미 지역에서 감염자가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는 생존을 위해 변이를 해 나간다. 남반부에서 사람의 면역을 회피하는 새로운 변이가 생기고 그것이 북반구에 가을이 왔을 때 넘어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훨씬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가 되어 2차 대유행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기온과 습도가 떨어지는 가을과 겨울은 바이러스가 활동하기에 최적의 조건이 된다. 바이러스는 기온 섭씨 5도와 습도 20% 정도의 환경에 있을 때 기온 20도와 습도 50%일 때보다 생존 기간이 두 배 정도 길어진다. 즉 바이러스가 손잡이에 묻었을 때, 현재는 2-3일인 생존 기간이 겨울에는 최대 일주일까지 갈 수 있다.

스페인 독감은 1918-19년 유행하였으며, 유럽에 창궐했던 14세기의 흑사병(黑死病, plague)과 함께 인류 역사에 기록된 최악의 전염병이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 봄, 1918년 가을, 1919년 봄에 걸쳐 3차례 전 세계에서 유행했다. 이 가운데 1918년 가을에 나타난 2차 대유행이 가장 치명적(1000명당 사망률 25명)이었다. 독감 바이러스가 1차와 2차 유행 사이에 변이를 일으켜 더 치명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당시 세계 인구 약 17억명 중 감염자는 약 5억명, 사망자는 최소 1700만에서 최대 5000만(총 감염자의 3-9%)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차대전 사망자 900만명의 2-5배가 넘는 수치다. 우리나라도 1918년 가을부터 겨울에 대유행을 하여 당시 인구 1678만명 중 절반에 가까운 742만명이 감염되어 14만명이 사망했다.

건국대 수학과 정은옥 교수팀이 대표적인 감염병 확산 수학모형(mathematical modeling)인 ‘SEIR 모형’을 통해 확진자 증가를 예측한 결과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e) 강도를 절반으로 줄이면 10월 24일 쯤 2차 대유행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구경북 같은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사태가 수도권에서 벌어진다면 확진자 수가 대구경북(6800여명)보다 4배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대구에서 초기에 겪었던 실패 경험을 교훈 삼아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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