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 퇴임사 “대선후보 합동토론회 성사 불구 다양한 스펙트럼 속 외로운 선택의 4년”

정규성 기자협회장

퇴근 무렵 창문 밖을 내다봅니다. 거리에는 분주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약속을 따라 어딘가로 오가고 있습니다. 눈 감고도 그려지는 길 건너편 덕수궁의 석조전이 어둠속에서 제 몸을 숨기려할 때 땅거미 내리기 시작한 하늘 너머에서는 별 하나가 조심스럽게 제 모습을 드러내려고 합니다.

아득해 보였던 2년, 그리고 또다시 2년. 그렇게 지내온 4년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리 길지 않게 느껴지는 세월이었습니다. 이제 그 끝자락에 서 있는 지금 기자협회장을 무사히 끝마쳤다는 뿌듯함은 조금도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라는 짙은 아쉬움과 회원들에 대한 미안함이 자리를 내주지 않습니다.

깊은 고뇌와 진한 고통을 동반한 한국기자협회장 출마 결심, 회원들의 지지를 호소하며 나섰던 선거운동, 그러나 당선의 기쁨은 짧았습니다.

2004년 대구일보 지회장을 계기로 시작된 한국기자협회와의 인연은 대구경북기자협회 부회장과 협회장,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수석부회장을 거치며 회장까지 이어져 왔고 오랜 시간만큼 협회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자부해 왔었습니다. 모든 것을 잘 해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자부가 아니고 자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언론발전, 회원들의 권익과 저널리즘 구현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 특히 신문과 방송, 서울과 지역, 이념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회원사들 사이에서 수많은 외로운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협회 운영을 위한 재정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의 명예와 위상, 저널리즘 구현, 무엇보다도 앞선 회장님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뛰었습니다. 지난 4년, 결과적으로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는 훗날 듣기로 하겠습니다.

다만 인사추천위원회 신설 및 정착, 청탁금지법 설명회, 언론단체 초유의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 합동토론회 개최, 미디어강사 양성과정 및 주니어기자 베트남 연수 신설 등 임기 내에 성과를 낸 사업과 경영에 대해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언론계에 산적한 과제를 다음 회장에게 넘겨주는 것은 또 다른 부담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큰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 저보다 더 뛰어난 능력과 실력으로 난제들을 해결하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회원들을 융합하여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일들을 뒤돌아보다 문득 하나의 감정이 새삼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던 1만여 한국기자협회 회원님들, 여러분은 제게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과 같은 시대, 같은 기자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또한 1만명의 회장을 모시기 위해 저와 함께 했던 30명의 부회장님, 험난했던 길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바쁘신 와중에도 아낌없이 저를 도와주셨던 여러 위원회 임원님들, 언제나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고문님들, 그리고 묵묵히 함께 해주었던 협회 직원들께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외에도 많은 분들이 지난 4년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셨는데 지면 관계상 일일이 호명하여 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어느덧 어두워진 밤하늘, 이제는 완전히 숨어버린 덕수궁 석조전 위에서 환하게 밝아진 작은 별이 몇 번을 반짝이더니 아래로 내려옵니다. 거리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어딘가로 가고 있습니다. 내일은 더 반짝이는 별이 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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