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페르소나’의 깨우침···“잘나도 나, 못나도 나”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잘나도 나, 못나도 나다. 우리는 ‘내 안의 그 어떤 모습을 사랑할 것’인가? 우리가 사랑해야 할 나의 모습은 선택적인 것이 아니다. 현재의 나, 과거의 나, 되고 싶은 미래의 나까지 포함해 모두를 사랑해야만 한다.
스위스의 정신의학자로 분석심리학의 개척자인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 1875~1961)은 인간의 내면에는 무의식의 층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개체로 하여금 통일된 전체를 실현하게 하는 자기원형이 있음을 주장했다.
융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통의 정신영역을 집단무의식이라 칭하며 이 개념을 원형이론과 결합시킴으로써 종교심리학 연구의 방향을 제시했다. 융의 이론 중에 ‘페르소나(Persona)’란 말이 있다.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썼다가 벗었다가 하는 가면을 말한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통상적으로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쓰는 가면’을 의미한다. 그러나 융은 자신의 한 단면인 페르소나를 자아(自我)와 동일시하는 것을 경계했다. 왜냐하면 원형의 자아인 ‘있는 그대로의 나’(I am)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누구나 평생 물어온 질문이고, 아마 평생 정답은 찾지 못할 질문일 것이다. 그런데 지난 4월 15일 그 이름도 자랑스러운 방탄소년단(BTS)이 신곡 ‘페르소나’를 발표해 또다시 ‘빌보드 메인차트 1위’에 등극했다. 이 ‘나는 누구인가?’는 방탄소년단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신곡 ‘페르소나’의 첫 소절에 거침없는 ‘랩’을 쏟아낸다.
‘페르소나’는 카를 융의 이론 ‘영혼의 지도’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라고 한다. 이 곡을 들어보니 하도 랩의 속도가 빨라 나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2018년 9월24일 유엔총회 무대에서 연설에 나섰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자리에서 리더 RM은 “사람들이 ‘BTS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면서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실수하고 단점이 있지만 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 어떻게 삶을 바꿀 수 있을까? 그건 스스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7분간 진솔하게 연설했다. 참석자들은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그림자가 없는 불빛은 없다. 불빛만을 나의 참모습이라고 사랑한다면, 나의 다른 모습인 그림자를 놓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