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버닝썬···한류의 두 얼굴 “돈이 말하면 진실은 침묵한다”

방탄소년단

[아시아엔=정길화 MBC 프로듀서, 전 중남미특파원, 언론학박사] 작금 한류의 대명사는 방탄소년단 즉 BTS다. BTS 등장 이후 한류는 전인미답의 경지를 보이고 있다. 한류 특히 케이팝은 ‘BTS 이전과 이후로 갈린다’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 BTS는 이미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는 말도 나온다.

BTS를 향한 ‘21세기의 비틀즈’라는 말은 국뽕에 취한 한국의 미디어가 아니라 비틀즈의 모국인 영국 BBC에서 먼저 나온 말이다.

이쯤 되면 한류의 경제적 효과를 따지는 기사들이 속출하게 마련이다. 아니나 다를까. 관련 기사를 어렵지 않게 검색할 수 있다. 가령 현대경제연구원이 낸 연구보고서를 보면, BTS의 연평균 생산유발효과는 4조140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1조42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 6월 13일로 데뷔 6주년을 맞은 이들이 앞으로도 지금의 인기를 유지할 경우 데뷔 이후 10년간 경제효과는 매출액 41조8600억원, 영업이익 14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연구원은 예상했다.

최근에는 한류 등 문화콘텐츠가 가전제품을 추월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한류 문화콘텐츠 수출의 경제효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지식정보, 방송, 광고 등 콘텐츠 산업 매출액은 116조3천억원으로 전년(110조5천억원) 대비 5.2%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5.2% 성장세다.

또한 2018년 한국의 콘텐츠 수출액은 75억달러로 1년 전보다 8.8% 늘었다고 한다. 연구소는 “비중은 낮지만 2018년 수출 주력 품목 중 가전(家電) 수출액(72억 2천만 달러, 전체 수출의 1.2%)을 처음 넘어서며 문화콘텐츠가 한국의 13대 수출 상품으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문화콘텐츠가 가전을 넘어섰다’니 왕년에 “영화 ‘쥬라기공원’이 현대자동차 150만대를 수출한 판매액과 맞먹는다”던 신화가 드디어 한국에서 현실로 도래한 것인가.

그런데 수치로 드러나는 기사에 취할 경우 자칫 착시에 빠질 수 있다. 내역을 들여다보면 통상 콘텐츠의 대종을 이룬다고 여길 수 있는 드라마, 케이팝 등의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다. 콘텐츠진흥원 자료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즉 문화콘텐츠 수출 내 분야별 비중을 보면 게임이 56.5%로 절대적인 비중을 보이고 있다.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겠다는 방침에 게임산업계가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게임콘텐츠 다음으로 캐릭터, 지식정보, 방송 등의 순이며 음악은 6.8%에 불과하다. 해외경제연구소 역시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큰 지식정보, 광고 등은 선진국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한국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는 게임, 음악, 영화 등은 비중이 10% 내외로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미에 전했다(기사 발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것인가.

이렇듯 한류 관련 기사에는 먹을 것 즉 경제효과에 관한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물론 돈은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을 생각하는 ‘휴머니즘(humanism)’이 아닌 돈을 앞세우는 ‘머니즘(moneyism)’이 케이팝과 한류의 지향인 것처럼 보인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 하면 ‘휴머니즘’에서 인간이 거세된 ‘머니즘’은 점차 상업주의로 치달으면서 팬심을 외면하고 오만에 빠져 마침내 방종과 문란으로 점철된 추문과 스캔들로 일탈하기 때문이다.

기실 버닝썬에서 YG로 비화하는 작금의 이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 성접대 및 불법 성관계 동영상 촬영 의혹에서 시작해 성폭력으로, 검경유착으로, 마약으로 추문은 끝날 줄을 모른다. 가히 막장드라마처럼 에스컬레이트하고 있다. “YG 사태를 CNN 등 외신은 케이팝의 부정적인 측면으로 대서특필하고 있다. 이미 내수 시장을 벗어난 케이팝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도 YG 사태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서병기 칼럼) 그런데 이 문제는 시장과 산업으로서의 차원을 넘는다.

BTS니 생산유발효과니, 수출 효과니 하고 기왓장 자랑하는 사이 대들보가 썩는 격이다(원 속담은 ‘대들보 썩는 줄 모르고 기왓장 아낀다’). 일찍이 작가 나림 이병주는 소설 <황백의 문>(나중에 <황금의 탑>으로 改題)에서 “돈이 발언하면 사람은 침묵한다”고 말했다. 이 시대에 미만한 황금만능주의를 경계하는 말이다. 이는 ‘돈이 말하면 진실은 침묵한다’는 로마 격언의 변형으로 보인다. 돈이 발호하면 인간과 진실은 노예가 되는 것이다.

한류의 한쪽은 BTS로 대표되는 약동하는 케이팝이 있고, 다른 한쪽은 버닝썬과 같은 암적인 스캔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와 관련 케이팝 등 한류 전문가인 홍석경 교수는 SNS에서 “이는 한류의 두 얼굴이 아니라 같은 얼굴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깨끗하고 겸손한 ‘클린 이미지’로 통한 케이팝 아이돌의 실상이 알고 보니 추악하기 이를 데 없었다면 팬들의 배신감은 쉽사리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오래 끌면 안 된다. 세계는 케이팝 음악계의 뼈를 깎는 쇄신과 자정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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