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美국방부 6.25 미군유해 감식 진주현 팀장 “미수습 유해 남북한에 7600구”

한국전 미군 유해감식 진주현 연구원

[아시아엔=<서울대총동창신문> 나경태 기자] “우리 할아버지는 올해 91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정하세요. 북에서 내려와 타향에 정착하셨지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증손주들까지 보셨죠. 제 앞에서 감식을 기다리는 미군 유해 또한 할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였어요. 18세에서 25세의 젊은이들이 이름도 모르는 남의 나라의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거죠. 오랜 빚을 갚는 심정으로 한 구의 유해라도 더 가족들 품에 돌려보낼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진주현(서울대 고고미술사99-02)씨는 미국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efense POW/MIA Accounting Agency 이하 DPAA)의 연구원으로, 2010년부터 10년째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감식을 전담하는 ‘코리아워팀’을 이끌고 있다. 현재까지 250구의 유해를 감식했으며, 북미 간 대화·협상이 급진전을 이뤘던 지난해 여름엔 서울과 판문점, 원산, 하와이 등을 오가며 유해송환 전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 5월 27일 진주현씨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송환되어 온 미군 유해의 상당수가 함경도 장진호 인근에서 발굴된 것들입니다. 할아버지가 남으로 내려올 때 중공군과 맞서 싸웠던 병사들이죠. 할아버지는 당시 중공군의 징집을 피해 3일만 미군을 따라가면 곧 돌아올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속절없는 일이 돼버렸죠. DPAA에 근무하면서 어릴 적 할아버지 할머니한테서 어렴풋하게 들었던 6·25전쟁을 실감했어요.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도 커졌고요. 아직도 7,600여 명의 미군 유해가 남북한에 흩어져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해발굴 현장을 지도하고 있는 진주현 미 DPAA 한국전쟁 팀장. <사진=Arirang News 캡처>

유해 감식에는 일반적으로 ‘미토콘드리아 DNA 감식법’이 주로 쓰인다. 이 방법은 비교적 긴 시간이 흐른 뒤에도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 번이라도 모계가 겹치면 구분이 어려워진다는 단점도 있다. 실제로 진 동문은 서로 다른 유족임에도 불구하고 DNA 매칭율이 같아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난항을 겪기도 했다. DNA 감식법이 한계에 부딪힐 때 진씨의 주특기인 ‘뼈’가 빛을 발한다. 뼈에는 삶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어 유해의 신원확인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생전에 운동을 좋아했는지, 식습관은 어땠는지, 어떤 질병을 앓았는지 등 뼈를 통해 다양한 추적을 해볼 수 있다.

“DNA 매칭율이 같아 어느 유족의 유해인지 분간할 수 없을 때 허리에 남은 골절 흔적과 고인이 된 어머니의 편지가 결정적인 단서가 됐습니다. 미 국방부에서 보관하고 있던 편지에 아들이 14살 때 허리를 다친 적이 있다고 쓰였거든요. 이렇듯 가능한 많은 단서를 찾아내고 조합하면서 유해 감식이 이뤄집니다. 집중력과 인내심을 요구하는 지난한 과정이죠. 그러나 유해를 찾으러 온 유족을 만날 때, 유족들에게서 감사의 편지를 받을 때 힘이 납니다.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학문이지만 인류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도 있구나 싶어 뿌듯해져요.”

서울대에서도 지난 1996년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한국전 전몰 재학생을 발굴한 바 있다. 2010년엔 6·25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순국 동문 기념사업’을 추진했었다고 소개하면서 난관을 겪고 있는 전몰 동문 발굴사업의 진척을 위해 그에게 조언을 구했다. 진씨는 “마음의 자세가 다른 것 같다”고 답했다. 한국전 전몰 미군은 멀리 타국의 전쟁터에서 숨져 미국에선 특별한 케이스인 반면, 한국인에게 6·25전쟁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겪은 불행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희생임에는 두말할 나위 없지만 특별한 케이스로 보긴 어렵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기록도 부실할 뿐더러 ‘언제까지 과거에 매달릴 건가, 털고 일어나 미래로 나아가야지’ 하는 정서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서울대 졸업 후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돼 유학을 떠난 진씨는 스탠퍼드대에서 인류학 석사학위를,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온두라스, 중국, 베트남 등 세계 각지의 발굴 현장에 참여해 인류의 진화와 기원, 사람과 동물 뼈대의 구조적·기능적 차이 등을 연구했다.

*이 기사는 서울대총동창신문이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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