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69주년] 6.25 참전용사 외손녀 서울대 유학생 크리스틴 “ODA 전문가 되겠다”
[아시아엔=박수진 <서울대총동창신문> 기자] 미국에서 서울대로 유학 온 크리스틴 리 알렌( Kristyne Lee Allen·27세)씨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프랭클린 유진 마틴씨 외손녀다. 서울대 사범대 대학원 협동과정에서 글로벌교육협력을 전공 중인 그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후손 장학생’이다.
한국전쟁기념재단은 크리스틴씨처럼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21개 UN연합국 참전용사의 직계 후손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서울대 재학생은 서울대가 함께 지원한다. 일종의 교육으로 하는 보은이다. 크리스틴씨는 성적 유지(학점 3.0 이상) 조건부로 서울대에서 1년 등록금 전액과 기숙사, 한국전쟁기념재단에서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다.
60년 전 외할아버지가 젊음을 바쳐 도왔던 한국에서 교육 ODA(원조) 전문가의 꿈을 꾸는 크리스틴씨를 인터뷰했다.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필라델피아 템플대에서 인류학을 공부하고 졸업 후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에서 몇 년간 전공을 살려 일했다. 서울엔 한국어 공부를 하고 싶어서 2017년에 왔다. 이듬해 봄 서울대 교육대학원에 입학해 글로벌교육협력 전공으로 석사 3학기를 마쳤다.”
-장학금에 지원한 계기는.
“석사 2학기 때 한국전쟁기념재단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 직계 후손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이 있다고 들었다. 선발될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지만 지원서를 내는 것도 외할아버지를 기리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았다. 할아버지를 비롯해 친부모와 양부모님 모두 일찍 돌아가셔서 학비는 전적으로 내가 책임져야 했다. 장학금 덕에 어려움 없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외할아버지는 어떻게 한국전쟁에 참전했나.
“할아버지는 1930년대 미국 남부 조지아의 농장에서 자랐다. 아이가 열 명인 가난하지만 단란한 가족이었다. 할아버지는 농장에 일손을 보태느라 배움에 욕심을 낼 수 없었다. 당시 미군에 들어가면 청년들이 좀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다. 1952년 입대한 할아버지는 11개월 6일 동안 한국에서 복무했고, 1956년 예비군이 됐다. 1961년 명예제대한 후엔 군대에서 배운 용접 기술을 살려 전문 용접공으로 일하셨는데 1998년 은퇴한 지 4년 만에 69세로 돌아가셨다. 멀리 여행 한 번 못 가보고 은퇴 후 삶을 즐기지도 못하셨다.”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들려준다면.
“내가 고작 10살일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무척 다정하고 친절하셨다. 우리 가족이 성공하려면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믿어서 딸과 손녀가 열심히 공부하도록 늘 격려하셨다. 순박하고, 미래에 대한 순수한 열망을 지닌 분이셨다. 할아버진 한국에서 복무했던 일이 60년 후 손녀가 그곳에서 학업의 꿈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하셨을 거다.”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나.
“전쟁에 대해 얘기하는 건 좋아하지 않으셨다. 대신 한국의 농촌 풍경에 대한 얘기, 한국에서 본 농부와 가족들이 할아버지의 부모 형제와 비슷하단 말을 자주 하셨다. 자신도 농가에서 자라 그런지 전쟁 후에 한국의 농가가 어렵게 살아가는 것을 무척 가여워 하셨다. 생계를 위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도 마음 아프셨던 것 같다. 오랜 후에도 할아버지는 ‘고맙습니다’처럼 한국어 몇 마디를 말할 수 있었다. 그땐 알아듣지 못했는데 한국어를 배우고 나서 깨달았다.”
-미국은 한국전 참전용사를 어떻게 대우하나.
“모든 미국 재향군인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장애 보상이나 연금, 교육과 훈련 비용, 의료 혜택, 주택 융자, 보험, 직업 재활이나 장례 비용 지원 등이다. 미국에서는 워싱턴 DC에 있는 가장 큰 기념관을 비롯해 거의 모든 주에 한국전쟁기념관이 있다. 국경일이나 재향군인의 날, 현충일, 독립기념일에는 미국 전역에서 역사 속 군인들을 위한 퍼레이드가 열리고 참전용사도 참여한다. 할아버지는 전쟁 중 복무한 공로로 별 하나가 달린 한국 근무 기장, 국제연합 근무 기장, 유엔 서비스 메달, 전투보병기장(CIB)과 국방근무기장 등을 받았다.”
-서울대에서 공부해보니 어떤지.
“서울대의 수준 높은 교수진, 학생들과 공부할 수 있어 영광이다. 관악캠퍼스 도서관처럼 뛰어난 시설은 말할 것도 없이 좋다.”
-석사과정 막바지인데 앞으로 계획은.
“서울대에서 내가 연구하고 싶은 글로벌 교육, 문화유산 관리, 지역 사회를 돕기 위한 봉사 학습 프로그램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요즘 논문 주제를 발전시키고 있는데, 자원봉사 프로그램 참여를 통한 비공식 학습이 중점이 될 것 같다. 졸업 후에는 대학이나 NGO에서 일하면서 국내외 원조 프로그램에 자원하는 학생들을 돕고 싶다.”
*이 글은 서울대총동창회신문이 제공했습니다.